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가 먼저 바꿔보겠다고 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강한 이미지다. 경기흐름과 스코어에 관계 없이 조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고함을 치고, 레이저를 쏜다. 중계방송 카메라가 없는 자체 훈련이나 연습경기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살벌하다. 어지간한 선수가 멘탈을 잡는 게 쉽지 않다.
최근 2~3년을 돌아보면 예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유명했던 훈련량과 강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보통의 감독보다 강하다. 때문에 최근 FA 박혜진을 붙잡는 과정에서 "지도방식을 바꿔보겠다"라고 말한 건 의미가 있다.
위 감독은 최근 전화통화서 "꼭 혜진이를 잡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위 감독의 강인한 스타일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위 감독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 지시대로 따르면 자신의 기량도 발전하고, 팀도 강해지는 걸 경험을 통해 안다. 오히려 위 감독은 그 누구보다 디테일한 사령탑이다. 6개 구단 개개인의 1mm 움직임 변화를 간과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이면 넘어가는 걸 정확히 캐치, 경기 플랜에 대입하고 준비하는 역량이 탁월하다. 경기 도중에도 임기응변의 타이밍이 상당히 빠르다. 흔히 말하는 '벤치미스'가 많지 않다.
선수들의 심리도 능수능란하게 어루만진다. '밀당'의 초고수다. 호통을 치면, 뒤에 반드시 당근이 따라붙는다. 누구보다 주위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단지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강한 모습이 표출될 뿐이다. 기자가 약 10년간 알고 지낸 '사람 위성우'는 부드럽고, 정이 많다. 우리은행 선수들도 너무 잘 안다.
그럼에도 위 감독이 지도방식에 변화를 선언한 건 지도자 생활을 (신한은행 코치 7년+우리은행 감독 8년) 약 15년간 이어오면서 자신과 우리은행 선수 모두를 위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특유의 몰아치는 스타일이 자신을 지치게 했다. 위 감독은 과거 몇 차례 "나도 힘들었다. 외부로 보이는 이미지도 있고"라고 했다. 최근 수년간 부드럽게 지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제 선수들의 말을 더 많이 듣고 반영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또 하나. 자신의 딸 뻘인 20대 초~중반의 선수들을 예전처럼 강하게만 몰아붙인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요즘 젊은 선수들은 예전과 비교하면 사고방식이 다르다. 옛날처럼 강하게만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FA 박혜진과 김정은을 잔류시키면서 한시름 놓았다. 그러나 30대 초, 중반의 두 사람을 제외하면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젊은 선수가 많다. 우리은행의 먼 미래는 박혜진과 김정은이 아닌 그들이라는 걸 위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안다. 박지현이라는 걸출한 영건이 있지만, 농구는 선수 한 명이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위 감독의 지도스타일 변화 선언은 수년 뒤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위 감독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는 지도자다. 그는 "선수들도 알고 있다. 한번 바꿔보겠다"라고 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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