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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영화감독 겸 배우 구교환(38)이 기묘한 매력을 가진 자신의 목소리를 두고 "그냥 이게 나"라고 생각을 전했다.
구교환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반도'에서 구교환은 무자비한 631부대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지휘관 서 대위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희망을 잃고 무너져내린 서 대위는 나약함과 잔인함이 공존하는 인물. 많지 않은 분량에도 구교환은 특유의 캐릭터 표현력으로 관객을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서 대위 캐릭터가 지닌 아슬아슬한 매력은 구교환이 지닌 개성 넘치는 마스크, 높고 얇은 목소리를 만나 더욱 배가됐다. 관객들은 이러한 구교환의 목소리에 매료됐으나 그는 과거 이러한 자신의 목소리를 두고 "콤플렉스"라고 표현했던 바다.
이와 관련해 구교환은 "친구의 음성사서함에 있는 제 목소리를 들을 때 특이하다는 걸 알았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하지만 누구나 음성사서함 속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렇지 않나. 제가 그렇게 콤플렉스라고까지 이야기했었냐. 그렇게 세게 말했냐.(웃음) 사람 마음은 계속 바뀌니까. 지금은 싫고, 좋은 거 없다. 그냥 이게 저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극중 악인과 선인을 분류하자면, 서 대위는 악인에 더 가까운 인물이지만 관객들은 김민재가 연기한 황 중사의 캐릭터와 비교하며 "서 대위는 사연 있는 악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구교환은 "저는 서 대위처럼 조용하게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 패턴을 걷잡을 수 없는 사람이 더 무섭다. 후반부 장면에서 나오지 않나. 서 대위가 지휘관을 유지할 수 있던 것도 변칙적인 모습 때문인 것 같다. 더했으면 더했을 거다. 김 이병에게 한 짓을 보면, 본능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장착돼있는 거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서 대위가 강력한 악인처럼 안 느껴질 수도 있어요. 각자의 감상이 다 다르니까요. 저는 강력함을 떠나서 '얘는 누구인가'란 생각에 서 대위가 더 궁금했어요. '왜?'라는 질문보다는 '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 거죠. 답을 찾지는 않고 했어요. 답을 찾을 수도 없고요. 연기할 때마다 답을 내리면 어려워요. 답을 내리는 순간 경직되게 표현될 것 같아요."
그는 "서 대위와 저를 일체화시키지 않았다. 다만 서 대위가 어떤 상태라는 걸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순간순간 단순하게 접근했다. 변화가 잦은 인물이지 않나. 홍콩을 가게 될 상황에 놓였을 때도 계속 여러 생각을 하고, 바뀌는 사람이다. 어떤 표정을 보면 환희를 짓기도 한다. 이렇듯 규정을 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서 대위는 문제적 인물이다. 그 인물에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저는 연기 방식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그저 역할마다 다르게 접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개봉한 '반도'는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국내 최초 아포칼립스 세계관 영화로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개봉 전 185개국 선판매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뚫고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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