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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정재(49)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정재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홍보차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과 만났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고공행진 중인 '반도'(감독 연상호), 29일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에 이어 여름 극장가를 사로잡을 세 번째 대작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13년 영화 '신세계'로 케미를 과시했던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의 재회작으로도 팬들의 관심이 더해지고 있는 작품. 피보다 진한 의리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두 사람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냉혹한 대립 관계가 돼 색다른 긴장감과 강렬한 몰입을 안겼던 바다. 당시 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이정재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번 정한 타겟은 놓치지 않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로 분해 인남(황정민)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이정재는 "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전사, 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쫓아가는 등에 대한 설명이 시나리오상에 없었다. 그래서 레이가 등장할 때부터 그 캐릭터가 하는 모든 행동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외모만으로도 믿음을 강력하게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있던 첫 등장 장면과 달리 장례식장을 씬을 제일 먼저 찍었는데 다들 이걸 첫 장면으로 하자고 하더라. 제가 분량도 얼마 없어서 청천벽력이었다. 절대 안 된다고, 죽어도 찍어야 한다고 그랬다. 저는 감정 표현이 어느 정도 된 다음에 장례식장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기했다. 하지만 촬영 막바지에 가면서 스태프들에게 설득을 당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분량이 많으면 캐릭터의 선택이 점차적으로 쌓여서 이해가 더 쉽죠. 하지만 (레이처럼) 중간중간 배치된 상태에서 강렬함을 주려면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해요. 맹목적으로 추격하는 캐릭터를 보고 '왜 저 사람이 저러지?'라는 생각이 절대 들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더 고민을 많이 했고, 고민의 가짓수가 많았어요. 또 대사들이 많지가 않으니까 짧은 한 대사로도 계속 감독님과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레이가 계속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장면도 연출부에 따로 요구를 했어요. 현지 아메리카노에는 작은 얼음들이 들어있는데, 저는 큰 덩어리 얼음을 원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빨대도 꼭 있어야 한다고 했죠. 작은 설정이지만 그런 생활적인 설정이 들어가야 했어요. 그래야 인간미라고는 전혀 없는 맹목적인 캐릭터가 영화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종잡을 수 없는 광기를 지닌 캐릭터 소화를 위해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 눈에 띄는 화려한 스타일을 구현, 다채로운 패턴의 의상과 목을 감싼 타투 및 휘황찬란한 장신구 등으로 온몸을 감싼 이정재다. 그는 "저는 추격자도 킬러라고 봤다. '킬러가 저렇게 화려해도 돼?'라는 의겯늘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비주얼을 제외한 상태에서 다른 비주얼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차별화 지점이 없었다. 기존에 봤던 킬러와 살인자 면모를 따라갈 것인지,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했다. 독창적인 캐릭터로 관객 분들이 얼마나 믿음을 가져주실 지는 리스크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는 게 재미 측면에서는 좋을 거라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타투 관련해서 제일 걱정됐던 건 더위에요.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이면 분명 지워질 거라고 생각했고, 지우고 수정하는 게 더 힘들거든요. 그래서 타투를 실제로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어요. 다행히 황정민 형이 연극에서 타투를 한 적이 있어서 방법을 제시해줬고 태국 현지 스태프 분들 중 한 명이 팁을 줬어요. 그걸 합쳐서 테스트를 해보니 굉장히 효과가 있었어요. 그 다음엔 디자인 고민이었어요. 타투에 의미를 많이 넣잖아요. 하지만 타투를 정교하게 보여주는 샷은 없을 테니, 면적 표현에 재미를 두자고 했어요. 그래서 목부터 뺨 쪽까지 다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실제 타격감이 느껴지는 리얼 액션을 베이스로 한 작품인 만큼 밀폐된 공간에서의 맨몸액션부터 태국 거리를 무대로 한 시가전까지 다양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시퀀스가 돋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정재는 "사실 시나리오에서 육탄전은 많이 없었다. 거의 총기 액션이었다. 사실 총기 액션은 합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누가 쏘고, 누가 맞느냐를 연출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라 그렇게 연습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총기 액션은 제가 여러 훈련을 받아서 괜찮았다. 또 레이는 특전사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 적당히 현장 분위기에 맞는 식으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국 촬영을 가자마자 찍어야했던 게 '악당들을 제압하고 피를 칠하고 나온다'였다. 7~8명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고 해서 합을 봤는데 맞춰야할 게 너무 많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4~5일간 연습했다. 촬영은 잘 끝냈지만 다음 액션씬 찍을 때 왼쪽 어깨가 파열이 됐다. 현지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냥 다 찍고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머지 액션씬은 최대한 왼손을 활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했다. 총기 드는 부분도 갑작스럽게 빨리 드는 등의 동작은 생략했다"면서 "아직 수술은 못 했다. 제가 지금 '오징어게임'을 찍고 있어서 그거까지 다 마치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였다.
이어 황정민과 재회한 것에 대해서는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들과 또 다시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열망은 늘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저한테 작품이 오고, 제가 그 작품을 선택하는 데까지 운명 같은 게 있다. 그런데 그 운명이 정민이 형과는 가깝게 있었다. '신세계'에서 너무 호흡이 좋았고 즐거운 현장이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정민이 형이 캐스팅된 상태였다. 정민이 형의 모습이 상상이 갔다. 그래서 훨씬 더 시나리오가 재밌었다. 결정을 하는 것에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전하며 황정민을 향한 애정을 가득 표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상상 그 이상의 파격 변신을 꾀한 유이 역의 박정민에게도 남다른 신뢰를 드러냈다. 이정재는 "유이라는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지 제일 궁금했다. 1차 미팅을 할 때 누굴 캐스팅할 거냐고 물었는데 박정민 씨라고 하더라. 그래서 꿈도 야무지시다고 생각했다. 박정민 씨가 다수의 영화에서 주연을 하고 계신 분인데, 아무리 '오피스'에서 친분이 있었다고 해도 너무 무리한 생각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날 집에서 과연 나한테 이 역할이 왔다면 할지, 안 할지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나라면 할 거 같더라. 또 '사바하' 때 함께 작업했던 박정민 씨를 생각해보니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정말 많고 캐릭터 연구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성향의 박정민이면 왠지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역시나 박정민 씨가 출연을 하겠다고 했고, 제작사도 신났죠. 그래서 박정민 씨한테 '너무 좋은 선택을 했고, 난 네가 할 것 같았다'라고 문자를 보냈어요.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냈어요. 첫 씬이 너무 궁금해서 현장에서 바로 편집본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홍보 초반에 노출되면 황정민 형과 나는 다 죽을 거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저랑 형이랑 '대박이다'라면서 한참 이야기했죠. 걸음걸이부터 모든 몸동작, 발성의 톤, 뉘앙스 등을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들어서 했다. 그 전에 뛰어난 연기 변신을 선보였지만 이번엔 한 단계를 넘어섰어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공교롭게도 이정재의 절친인 정우성이 출연한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과 극장가서 대결하게 됐다. 이에 이정재는 "저는 사실 (영화) 반응을 보는 게 아직도 두렵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본다. 그런데 친구(정우성) 영화인 '강철비2: 정상회담'은 보게 되더라. 어제 개봉하지 않았나. 관객 분들의 별점과 평을 아주 열심히 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마음이 그렇게 되지가 않더라. 내 영화는 떨리고 민망해서 잘 못 보는데 친구는 잘 보게 되더라"라고 말해 폭소를 안겼다.
그러더니 "깊은 내용과 이야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강철비2'를 봐주시고 시원한 액션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면 '다만악'을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강조해 웃음을 더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오는 8월 5일 개봉한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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