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항상 치고 올라가려고 준비한다."
올 여름 '8치올'이라는 말이 야구 팬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다. '8월이 되면 치고 올라간다'라는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의 발언이었다. 이후 '음8치올'(음력 8월까지 치고 올라간다), '9치올'(9월에는 치고 올라간다), '추치올'(추석에는 치고 올라간다) 등이 속속 등장했다. 급기야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항치올(항상 치고 올라갈 준비를 한다)'을 얘기했다.
감독들의 계산이 조금씩 다른 듯하지만, 목적지는 똑같이 가을야구(포스트시즌)다. 절대강자가 없는 2020시즌. 선두 NC와 6위 KIA 타이거즈까지 단 5.5경기 차. KT에 5경기, KIA에 3.5경기 뒤진 7위 롯데도 아직 5위 사정권에 들어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이 멀어진 8위 삼성 라이온즈, 일찌감치 꼴찌 경쟁을 하는 9~10위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를 제외하면 여전히 모든 팀이 해피엔딩을 꿈꿀 수 있다. 이들이 '~치올'을 얘기하는 건 지금까지 총력전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 그동안 필요 이상의 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대야구에서 불펜 투수들의 3연투는 사실상 금기시된다. 시즌 내내 최상의 컨디션 관리, 특히 가을에 좋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봄, 여름의 에너지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게 감독들의 생각이다. 부상자 최소화, 좋은 컨디셔닝이 좋은 성적의 기초라고 믿는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순위다툼의 결말이 이 부분들을 증명했다.
다만, 현재 각 팀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다소 무리를 할 시점을 다르게 잡는 것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치올'의 앞글자가 달라진다. 롯데의 경우 마무리 김원중을 비롯해 불펜의 과부하를 극도로 보호하면서 8치올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9월 말부터는 불펜들을 더 무리시킬 수도 있다는 게 허 감독의 계산. 다만, 9월 들어 투타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부상자가 많은 팀은 100% 전력에 가까워질 시점부터 총력전을 계획한다. 2위 키움이 대표적이다. 8월 중순 이후 부상병동이었다. 그러나 이젠 박병호, 안우진, 최원태, 오주원만 돌아오면 된다. 오주원은 당장 이번주에 복귀한다. 선두 NC는 14일 나성범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도 에이스 구창모의 복귀 스케줄이 잡히면 언제든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거창한 말 없이 치고 올라온 팀은 LG다. 기본적으로 최근 1~2년간 신인 수급이 잘 되면서 투타 각 파트의 뎁스가 두꺼워졌다. 홍창기 등 뉴 페이스도 있고, 로베르토 라모스의 부활까지 곁들여졌다. 8월 승률 1위로 8치올에 성공하면서 선두다툼에 가세했다. 지난주에 살짝 주춤했다. 그래도 기본 전력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반대로 두산은 김태형 감독 말대로 항상 치고 올라가려고 하는데 뜻대로 풀리지 않는 케이스다. 김 감독은 13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팀 타율 1위라고 하는데 중심타선의 무게감, 파괴력이 다른 팀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지난 주말 키움과의 2연전서 득점권에서의 클러치능력 약화가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감독은 선수들의 베스트 컨디션을 기다리면 안 된다"라고 했다. 실제 김강률 정도를 제외하면 1군에서 뛸 만한 선수들은 다 뛰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주축들의 컨디션이 예년같지 않은 걸 감안하고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거창한 말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결국 치고 올라가는 것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어느덧 9월 중순이다. 이제 감독들의 ~치올이 거짓말인지 참인지 평가 받는 시기에 들어섰다. 결국 144경기 성적으로 말한다. 야구는 100% 전력을 갖췄다고 항상 이기는 건 아니다. 반대로 부족한 상황서 항상 지라는 법도 없다. 가을야구는 감독들의 리더십, 판단력, 결단력이 중요하다.
[위에서부터 롯데 허문회 감독, 키움 손혁 감독과 LG 류중일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