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결과론이다. “뒤도 안 보고 바꿀 수도 있다. 더 잘 던지길 기대하다 위기를 맞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다”라는 이강철 감독의 구상대로 KT는 한 템포, 아니 두 템포 빨리 투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결과는 자충수였다.
KT 위즈는 13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0-2로 패했다. KT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플레이오프에서 마감했다.
KT는 3차전에서 5-2로 이기며 역사적인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지만, 여전히 벼랑 끝에 놓인 상황이었다. 3차전까지 전적은 1승 2패. 당장의 패배는 곧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를 의미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양 팀의 4차전 선발투수는 배제성(KT), 유희관(두산)이었다. 외국인투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객관적인 평가였다. 실제 양 팀 사령탑 모두 불펜 총동원을 선언했다. KT는 소형준까지 출전명단에 포함시켰다. 상황에 따라 소형준도 불펜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이강철 감독은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 “예를 들어 (배)제성이가 3이닝 정도 잘 막아준다면, 뒤도 안 보고 바꿀 수도 있다. 더 잘 던져주길 기대하다 위기를 맞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다. 냉정하게 임해야 한다. 그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말이었다.
배제성은 1회말 흔들리며 자초한 무사 1, 3루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이어 2회말을 삼자범퇴 처리했고, 3회말 1사 1루에서 박건우를 루킹 삼진으로 막으며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이때 KT가 불펜을 가동했다. 두산과는 상황이 달랐다. 두산 역시 1회초 유희관이 3연속 안타를 맞아 투수를 교체했지만, 유희관의 구위로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하에 한 템포 빨리 불펜을 움직인 것이었. 반면, 배제성은 1회말 위기를 딛고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던 터였다.
여기서부터는 결과론이다. 일단 KT의 첫 번째 선택은 성공했다. 2번째 투수로 투입한 조현우는 1루 주자 김재호의 도루를 저지하며 불을 끈 조현우는 4회말에도 손쉽게 2아웃을 잡았다.
변수는 여기서 벌어졌다. 김재환의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는 듯했지만, 포수 장성우가 공을 놓쳐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이어진 것. 이후 폭투가 다시 나와 마무리됐어야 할 4회말은 2사 2루 위기로 돌변했다.
이때 KT가 2번째 카드를 꺼내들었다. 1차전에 선발 등판, 완벽투를 펼친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후 두산 불펜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소형준은 2사 2루서 최주환에게 비거리 125m 투런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감하게 소형준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두산에 선취득점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 것.
KT는 소형준이 5~6회말을 무사히 넘겼지만, 빼앗긴 흐름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두산 역시 크리스 플렉센을 불펜투수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웠고, KT 타선은 끝내 침묵했다. 그렇게 KT의 첫 가을야구는 4경기 만에 조기 종영됐다.
[소형준. 사진 =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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