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름대로 맞춰가려고 한다."
KGC 오세근은 2016~2017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존재감을 많이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년간 무릎과 어깨에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초반에도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부상은 없었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특히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골밑에서 버텨내는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위치에 의한 외곽수비와 2대2에서의 원활한 헷지&리커버리를 기대하는 건 어려웠다. 급기야 휴식기 전후 3경기에 잇따라 결장했다.
갑작스러운 결장이 아니었다. 김승기 감독에겐 의도가 있었다. 오세근이 좀 더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게 배려하면서, 내부적으로 싱글포스트와 더블포스트 활용과 대응에 대해 가다듬었다. 그 결과 KGC는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단독선두에 복귀했다.
김 감독은 "세근이는 쉬는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다. 경기에 뛰지 않아도 계속 맞춰봤다. 세근이가 뛸 때 더블포스트를 많이 연습했다"라고 했다. 오세근 역시 "보강운동을 많이 했다. 쉬면서 생각도 많이 했다. 만감이 교차했다"라고 했다.
수비가 원활하지 않은 오세근에 대한 가장 큰 부작용은 상대 싱글포스트에 대한 대응이었다. KBL은 이제 더블포스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황에 따라 트리플포스트를 가동하는 오리온은 예외 케이스다. 투 가드에, 트랜지션에 능한 3~4번을 내세우는 팀이 많다. 스몰라인업이 대세다.
오세근이 상대의 싱글포스트, 즉 발 빠른 4번과 매치될 때 스피드에서 밀리면서 경기흐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은 손가락 부상을 털고 돌아온 양희종을 4번으로 기용, 절묘하게 약점을 메웠다. 양희종은 신장도 괜찮고 끈끈한 수비는 여전히 최강이다. 얼 클락이나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로 싱글포스트를 사용하면서, 4번 수비와 전체적인 스피드에서도 상대에 밀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세근이 8일 SK전서 복귀했다. 11일 현대모비스전, 13일 KCC전에도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더블포스트를 사용하는 SK, 현대모비스와는 달리, KCC는 발 빠른 4번(사실 3번) 송교창이 있다. 김 감독은 양희종을 기본적으로 송교창에게 붙이면서, 오세근을 투입할 때는 매치업 존을 활용했다. 아무래도 오세근이 송교창의 스피드를 커버하는 건 무리다.
대신 컨디션을 끌어올린 오세근이 공격에선 송교창을 파워와 경험으로 적절히 요리했다. 그리고 오세근과 클락, 오세근과 윌리엄스 더블포스트 위력을 점점 끌어올린다. 이제 KGC는 양희종을 4번으로 기용하는 싱글포스트, 오세근을 기용하는 더블포스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특히 출전시간이 늘어난 윌리엄스가 공수에서 건실하다. 이재도, 변준형과의 2대2, 파생되는 옵션으로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다만, 더블포스트를 해도 오세근이 공을 만지는 시간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사실 컨디션이 올라온 오세근은 공수에서 움직임이 휴식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역시 기술과 센스가 좋은 빅맨이다.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도움 수비가담도 좋다. 골밑에서의 중량감이 점점 커진다. 최근 오세근의 모습을 지켜본 한 농구관계자는 "역시 슛 올라갈 때 손목 스넵은 정말 부드럽다"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오세근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점이다. 오프 더 볼 무브에 많이 신경을 쓴다. 더 이상 KGC는 과거 자신과 데이비드 사이먼의 더블포스트 중심의 농구를 하지 않는다. 무게중심은 이재도와 변준형에게 넘어갔다.
오세근은 "3~4년 전에는 공도 많이 만지고 힘을 써야 하는 부분도 많았다. 지금은 아무래도 팀 컬러가 외곽 중심이다. 공을 많이 만지면 감각이 더 생길 텐데 떨어진 건 사실이다. 휴식기에 보강운동을 하면서 공 없는 움직임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수 차례 "우리 팀은 결국 세근이가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싱글포스트와 더블포스트를 적절히 번갈아 활용하면서, 상대와의 수싸움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올 시즌 KGC는 대권을 노린다. 플레이오프를 감안하면, 오세근의 컨디션 회복은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다.
[오세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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