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전까지는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도태되기도 했어요. '아무도 없는 곳'이 길 잃은 초심을 다잡는 계기가 됐어요. 김종관 감독님에게 감사해요."
영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내가 있는 영국을 떠나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을 연기한 배우 연우진(36)의 말이다.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만난 그는 "흔들리지 않고 좋은 창작을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초심을 돌이킬 필요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연기를 일로만 생각해서 피로감이 있었나보다. 익숙해져서 감사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주위를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감독님과 작품을 하며 힐링을 받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라고 밝혔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서 공개된 '아무도 없는 곳'은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의 김종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창석이 카페, 박물관, 커피숍, 바 등 익숙한 듯 낯선 서울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듣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었다.
'더 테이블' 이후 김종관 감독과 재회한 연우진은 "말을 안 해도 전해지는 온정이 있는 것 같다. 성격상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다. 일하면서 만난 사람은 깊게 알고 지내지 못하는데 감독님과는 인간 대 인간으로 더 알고 싶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변곡점마다 감독님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감독님을 만나 감사한 추억이 됐어요.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감독님을 만난 것은 필연이죠."
연우진은 각기 다른 고민과 아픔을 가진 여러 인물과 마주하며 변화를 겪는 창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먹먹하고 여운이 짙었다.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김종관 감독님만의 분위기와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다.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와 완성본을 봤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시나리오에서는 여백이 주는 공허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영화에서는 여백마저 꽉 채워졌더라. 관객 여러분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포인트를 잘 살려내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청자 연기에 대해서는 "창석보다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영화의 색깔을 만들어나간다고 생각했다. 문어체가 꾸며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어서 캐릭터가 명확하게 잡혀있지 않으면 어색하게 보일 것 같았다. 캐릭터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한 무미건조한 색으로 캐릭터를 잡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시간을 잃은 여자 미영부터 기억을 사는 바텐더 주은까지. 연우진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 김상호, 이주영, 윤혜리,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또 한 번 성장했다고 했다. "네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는 그는 "다른 배우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컸다. 대한민국에 훌륭한 배우가 많구나를 느꼈다. 연기 경력을 떠나서 영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솔직했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어우러진 것 같다"고 돌이켰다.
편집자 유진 역의 윤혜리와 인도네시아산 담배를 피우는 원테이크 신에서는 "신비한 기운에 휩싸여 내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연우진은 "감독님에게도 새로운 시도였다. 원테이크 신을 찍을 기회가 많지 않다. 조명도 없는 어둠 속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장면도 원테이크였어요. 새벽에 촬영했는데 윤혜리 배우가 아내 역으로 도움을 주셨어요. 윤혜리 배우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두 테이크 가면 감정이 소진되기 마련인데 윤혜리 배우가 도움을 주셔서 NG 컷도 맘에 들었어요."
2009년 영화 '친구 사이?'로 데뷔해 로맨틱 코미디, 멜로, 사극, 시트콤, 장르물 등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하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연우진. 그는 "배우로서 늘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지금 하는 고민이 정답은 아닐지언정 계속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그간의 고민을 잘 담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사진 = 엣나인필름]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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