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KBO 리그에서 외국인선수 제도가 뿌리를 내린지도 어언 24년째를 맞고 있다. 1998년 OB에서 42홈런을 터뜨리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타이론 우즈부터 2021년 삼성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호세 피렐라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 중에는 8년 연속 KBO 리그에서 뛰며 최장수 외국인선수로 기록된 더스틴 니퍼트처럼 한국야구와 문화에 완벽하게 적응한 사례도 있고 2006년 LG 매니 아이바처럼 1경기도 뛰지 못하고 떠난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과연 KBO 리그에 입성한 외국인선수들은 한국 무대에서 적응하기 위해 어떤 문제를 마주해야 했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까. 최근 서울대학교 대학원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한재웅 석사가 'KBO 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재계약에 적응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펴낸 논문에서는 실제 KBO 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해답'에 접근하려 했다. 몇몇 선수는 실명으로 언급했으며 대부분은 익명으로 처리됐다.
2011년 두산에서 뛰었던 페르난도 니에베는 한국의 날씨, 음식, 주거 환경 등 야구장 밖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고 2016년 LG에 입단한 스캇 코프랜드는 미국에서 쓰던 공인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KBO 리그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의 주무기인 싱커를 구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2014~2015년 LG와 넥센에서 뛰었던 브래드 스나이더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 야구장의 크기가 작고 공인구의 반발력이 크다는 점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2018~2019년 SK에서 활약한 앙헬 산체스는 한국 생활 초기에는 매운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체중이 10kg이나 빠졌던 경험을 전했다.
주장의 여행 제안에 감동한 선수도 있다. NC에서 뛰었던 한 외국인선수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당시 주장이었던 박석민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고 이 선수는 출발 장소인 야구장에 도착하자 깜짝 놀랐다. 박석민을 비롯해 8명의 동료 선수들이 가족과 함께 이 선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인원만 50명에 달했다는 것이 이 선수의 말이다. 이 선수는 마치 자신을 가족처럼 대하는 동료들에게 감동해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동료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기량으로 이어진다는 100% 확신은 없지만 이 선수는 이듬해 재계약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LG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이 매우 편리해서 감탄했다고 한다. 한국의 매운 음식에 적응한 뒤로는 일본에 진출한 이후에도 한국 식당을 찾았다는 선수, 부진할 때도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의 응원 문화가 최고의 경험이었다는 선수, 용품 업체에서 맞춤 글러브를 제작해줘 감동했다는 선수, 부모님이 새벽 5시에 전화를 걸어와 외로움을 느꼈다는 선수도 있다. 어떤 선수는 한국야구의 스타일에 대해 번트, 도루 등 스몰볼을 추구하면서도 빅볼도 결합해 미국과 일본야구의 중간 지점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저자는 인터뷰 내용과 재계약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공인구와 그라운드 컨디션 등 내부 적응 요인을 강조한 선수 그룹이 더 좋은 성과를 나타내며 재계약 가능성 또한 높은 경향이 나타났으며 음식, 언어 등 외부 적응 요인을 강조한 선수 그룹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낮고 재계약의 기회 또한 적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오늘도 한국야구와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선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KT 알몬테(왼쪽)와 삼성 피렐라가 경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첫 번째 사진) 관중석의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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