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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민호는 체인지업을 잘 구사하지 않는다."
올 시즌 KBO리그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 전성시대다. 고영표(KT)는 리그 최정상급의 스탯을 찍는다. 한현희(키움)는 150km를 넘는 빠른 공으로 선발진에 자리잡았다. 두 선발 사이드암은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밖에 각 팀이 선발 혹은 불펜에 핵심 사이드암 투수를 1~2명 정도 보유했다. 어떻게 보면 넌센스다. 요즘 KBO리그에 힘 있고 정교한 좌타자가 즐비하다. 일반적으로 좌투수에게 약한 것으로 알려진 사이드암 투수가 어떻게 득세할 수 있을까.
SSG 김원형 감독은 체인지업의 존재감을 꼽았다. 과거보다 요즘 사이드암 투수들의 체인지업이 정교해졌다고 봤다. 각 팀 핵심 사이드암들이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30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고영표를 높게 평가했다. "고영표는 아마 좌타자를 더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도망가니까. 우리 팀 조웅천 코치가 서클체인지업의 원조였는데, 좌타자가 더 편했다고 하더라. 가운데에서 뚝 떨어지니까"라고 했다.
물론 김 감독은 자신과 조 코치가 이승엽의 통산 300~301호 홈런 희생양이 됐다며, 당시 이승엽이 조 코치의 바깥으로 잘 떨어진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홈런을 쳤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승엽이었으니 가능한 타격이었다. 김 감독은 "그런 타자는 많지 않다"라고 했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일정한 폼으로 던지는 것도 중요하다. 김 감독은 "똑같이 스윙을 해야 한다. 타자가 공을 채는 힘을 보고 반응할 수도 있다. 약하게 던지면 골라낸다. 조웅천 코치도 폼이 일정했고, 고영표도 그렇다"라고 했다.
나아가 김 감독은 사이드암 투수들도 강점을 살리고, 제구력이 갖춰지면 1군에서 살아남는다고 봤다. "사이드암도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임기영(KIA)이나 이재학(NC) 등도 매년 활약하지 못하고 부침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화구 구사능력이 있다. 사이드암도 제구가 돼야 살아남는다. 특히 체인지업이나 떨어지는 공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했다.
SSG는 사이드암 선발투수 박종훈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시즌아웃 됐다. 그러나 손목 수술을 받고 돌아온 박민호가 6월에 합류했다. 이태양이 선발로 보직 변경하면서 박민호의 존재감이 크다. 대졸 신인 사이드암 장지훈도 추격조로 쏠쏠한 활약을 한다. 지난달 30일 삼성과의 홈 더블헤더 2차전서 4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체인지업 제구가 상당히 날카로웠다.
흥미로운 건 박민호는 체인지업보다 투심과 슬라이더가 주무기라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인천 삼성전서 2⅓이닝 무실점을 하면서 체인지업을 전혀 구사하지 않았다. 올 시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313로 좋지 않다. 그러나 올 시즌 8경기 등판 뿐이라 표본이 많지 않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61로 준수하다.
김 감독은 "2016년에 이 팀에서 투수코치를 할 때보다 구속이 떨어졌지만, 여유가 생겼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더 좋아졌다. 스피드가 떨어져도 공의 힘과 무브먼트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때문에 김 감독은 박민호가 상대 핵심 좌타자를 상대하는 것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상대 왼손 타자가 너무 잘 칠 경우에만 피하게 할 뿐, 그렇지 않으면 나가게 한다. 민호의 가세가 불펜에 큰 힘이 된다"라고 했다. 사이드암 박민호가 좌완 김태훈, 우완 김상수와 함께하면서 SSG 필승계투조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박민호는 올 시즌 8경기서 2승2홀드 평균자책점 1.74.
[조웅천 SSG 투수코치(위), 박민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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