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 선수에게 치중하지 않고, 여러 선수가 골고루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신인 스카우트 및 저연차 선수들의 육성에 능하다. 대신 FA 시장에서 거액의 투자를 최소화한다. 성장한 특급선수들이 타 구단, 타 리그에 가면서 매 시즌 안정적으로 최상위권에 있는 건 어렵다. 실제 2008년 창단 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거의 매 시즌 어떻게든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갖춘다. 때문에 쉽게 최하위권으로 처지지 않고 중, 상위권서 버틴다. 올 시즌에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이탈, 외국인타자의 실패, 일부 베테랑의 부침으로 예년보다 전력이 약하다. 그러나 6위서 상위권을 호시탐탐 바라본다.
오랫동안 히어로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홍원기 감독은 키움 특유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홍 감독은 올 시즌 기존 주축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빠지면 어김 없이 신인 혹은 저연차들을 과감히 1군에서 활용한다.
야수 송우현, 김휘집, 이주형, 박주홍, 투수 김동혁, 김성진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송우현은 홍 감독이 직접 '주전'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주전 우익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외야 히트상품 박준태와 변상권을 밀어낸 상태다. 멀티 신인 내야수 김휘집은 최근 기존 3루수 요원들의 부진을 틈타 선발 3루수로 꾸준히 출전했다. 1일 고척 롯데전서는 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신인 외야수 이주형은 데뷔 첫 안타를 스리런포로 장식하기도 했다.
외국인타자와 기존 주축 타자들이 제 몫을 했다면 이들에게 기회가 덜 주어졌을 것이다. FA 고액계약자가 많은 팀은 저연차들을 1군에서 쓸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전력은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플랜B~C에 대한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키움은 플랜 B~C를 가장 잘 구축하는 팀이다.
올 시즌 키움은 뉴 페이스 외국인 농사 실패, 박병호의 부침, 김민성(LG) 이후 확실한 주전 3루수 미정착, 이영준의 팔꿈치 수술과 재활, 안우진의 선발진 이동에 의한 필승계투조 공백 등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위권이지만 내, 외야와 불펜에 뉴 페이스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위에 거론한 선수들이 팀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경기력의 안정감이 떨어져 쉽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미래를 위한 자연스러운 대비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정후, 박병호, 박동원, 조상우 등 각 파트의 코어가 확고하니 수월하게 뉴 페이스들의 역량을 확인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홍 감독은 뉴 페이스들에 대해 단정하지 않지만, 당장의 팀 운영과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최근 외야 뿐 아니라 1루도 병행한 박주홍을 두고 "솔직히 불안했는데 박병호에게 휴식을 주거나 지명타자로 활용할 때 큰 대안이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박주홍은 작년 광주 원정에서 결정적 외야 수비 실수 이후 한동안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후문이다. 현재 2군에 내려간 상태다.
이주형과 송우현에 대해선 "미래의 한 축을 이뤄야 하는 선수들이다. 송우현은 야구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잠실에서 한 차례 뜬공을 놓친 뒤 선수들에게 커피도 쏘는 등 한참 재미 있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특정 선수 1~2명에게 의존하지 않는 컬러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S급 스타 1~2보다 A급 선수 3~4명의 시너지가 돋보였다. 홍 감독은 "한 선수에 치중하지 않고, 여러 선수가 골고루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한 선수에게 치중하다 그 선수가 빠져나가면 팀이 위기에 빠지는 경험도 했다.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들이 분산돼야 팀이 강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최근 10개 구단 모두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을 1군에 과감하게 기용한다. 홍 감독은 "우리만 어린 선수를 많이 기용하는 건 아니다. 다른 팀들도 좋은 어린 선수가 많다. 어린 선수들의 기용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실패해도 가능성을 발견하면 된다.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위기가 있을 때 분위기 전환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렇게 키움이 올 시즌에도 자연스럽게 미래까지 대비하고 있다.
[송우현(위), 김휘집(가운데), 이주형(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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