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우석이 '값비싼 수업료'를 냈다.
한국과 일본의 4일 도쿄올림픽 야구 승자 준결승. 구원 등판한 고우석의 실수가 경기흐름을 확 바꿨다.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루서 곤도 겐스케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더블플레이로 이닝 종료가 기대됐다.
고우석은 자연스럽게 1루 커버에 들어갔다. 이후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은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를 받았다. 그러나 베이스 터치를 하려는 순간 스텝이 꼬였다. 감각적으로 오른발로 베이스를 찾으려고 했으나 그라운드만 콕콕 찔렀다. 애당초 1루 커버를 들어갈 때 확실한 자세를 잡지 못했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2사 1루가 됐다. 순식간에 만루로 이어졌다. 결국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한국의 국제대회 '약속의 8회'가 '악몽의 8회'로 바뀐 순간. 기적 같은 약속의 8회도 기본을 지켜야 기대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확인했다. 역시 야구는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의 싸움이다. 일본은 고우석의 조그마한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고우석에겐 역설적으로 '최고 마무리투수'로 성장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국내 불펜투수 중 가장 빠르고 위력적인 공을 보유했다. 이미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정상급 마무리다. 32경기서 1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55, WHIP 1.07. 세이브 순위는 3위다. 그러나 세부성적은 그 어떤 마무리투수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야구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경문 감독은 리그를 대표하는 세 명의 마무리투수(오승환, 고우석, 조상우) 중 오승환을 마무리로 택했다. 고우석은 조상우와 함께 필승계투조다. 오승환의 경험을 믿는다는 의미. 전성기가 지났지만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커리어, 임팩트를 보면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다.
그런 오승환도 시련 없이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2009년과 2010년, 두 시즌 동안 부상 여파로 합계 23세이브에 그쳤다. KBO리그 통산 322세이브를 따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임팩트 있는 블론세이브도 없지 않았다.
국제대회도 마찬가지다. '도하 참사' 로 기억하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일본전서 7-7 동점이던 9회말 끝내기 3점포를 맞고 무너졌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 몸 담던 시절도 항상 웃기만 한 건 아니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으면서 쌓은 내공이 오늘날 단단한 오승환을 만들었다.
고우석은 만 23세의 젊은 투수다. 지금까지의 성공과 실패 경험보다 앞으로 겪을 성공과 실패 기회가 훨씬 더 많다. 당장 올해 '무조건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치는 LG 마운드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8월4일 일본과의 도쿄올림픽 승자 준결승은 고우석의 야구인생에 강렬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투수들은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캠프까지 밥 먹듯 1루 커버 연습, 3-1 플레이(1루쪽 땅볼에 1루 커버를 들어간 뒤 1루수에게 공을 받아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것) 연습을 한다. 고우석이 실수를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1루 커버를 못하는 투수도 아니다.
단, 어떤 순간에도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기본을 지키지 못하고 실수를 할 때 야구가 어떻게 되는지 분명히 확인했다. 고우석이 승자 준결승 패배라는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성장의 자양분을 쌓았다. 당장 고우석은 5일 패자 준결승과 7일 최종전을 준비한다. 영웅이 될 기회는 남아있다. 도쿄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고우석. 사진 = 일본 요코하마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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