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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6살인데 아직도 반응속도는 웬만한 젊은 선수들 이상이다."
SSG 간판타자 최정이 최근 주목 받은 사건이 있었다. 몸에 맞는 볼 세계신기록 수립이다. 18일 인천 NC전서 2-1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 풀카운트서 드류 루친스키의 147km 투심패스트볼에 허벅지를 맞았다.
시즌 16번째, 통산 288번째 사구였다. 휴이 제닝스를 넘어 통산 사구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독보적이다. 제닝스의 287사구도 1891년부터 1903년까지 만든 기록이었다. KBO리그 통산 2위 박석민(NC, 208개)에게도 여유 있게 앞선다.
최정이 사구를 많이 기록하는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건 투수들의 몸쪽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구를 두려워하면 KBO리그 홈런 현역 통산 1위(390개)를 달리는 게 어렵다고 봐야 한다. 올 시즌에도 22홈런으로 호세 피렐라(삼성)와 함께 리그 공동선두다.
김원형 감독도 최정이 많은 사구에도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19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타자가 투수의 공을 두려워하는 순간 끝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다른 팀에서 코치를 할 때도 전력분석에서 정이에겐 몸쪽으로 던지라고 했다. 정이는 몸쪽 공 공략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낸다. 공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순간 어깨가 일찍 열릴 수밖에 없고 좋은 타격을 하지 못한다. 정이는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또 하나. 최정이 사구가 많은 게 운동능력 저하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공에 대한 반응속도가 느려서 미처 피하지 못해 맞는 건 아니라는 의미. 김 감독은 "내 입장에선 사실 공이 몸쪽으로 오면 피하면 좋겠는데, 그걸 또 (투수의 투구와 타자의 반응은 순식간에 일어난다)'피해라, 말아라'고 할 수도 없다. 공을 도망가고 피하기만 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없다"라고 했다.
오히려 김 감독은 최정의 운동능력이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봤다. 1986년생, 한국나이 36세. 20대에 비해 운동능력이 떨어진 건 당연하다. 그러나 여전한 홈런 생산력, 즉 파워는 살아있다. 젊은 시절처럼 도루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주루 능력도 처지지 않는다.
특히 김 감독은 3루 수비에 주목했다. 빠른 타구를 많이 처리해야 하는 핫 코너다. "3루 수비 할 때 반응을 한 번 보면 된다. 타구가 (방망이에)맞는 순간 바로 스타트를 한다. 나이가 36살인데 반응속도가 아직도 웬만한 젊은 선수들 이상이다.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대한 스타트도 빠르다"라고 했다. 실제 최정의 3루 수비력은 건재하다.
김 감독은 최정이 몸에 맞는 공을 줄이고 싶어해도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런 반응속도라면 타석에서 마음 먹고 피하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웃으면서 한 말에, 혹여 간판타자가 사구에 부상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엿보였다.
[최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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