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아버지는 냉정했다. 아들의 첫 승 기회를 빼앗았다. 사령탑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NC의 1일 SSG와의 원정 더블헤더 2차전 선발투수는 우완 강태경(20)이다. 강태경은 강인권 감독대행의 아들이다. 배명고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5라운드 41순위로 입단한 뒤 2군에서 담금질을 이어왔다.
8월15일 대전 한화전이 1군 및 선발투수 데뷔전이었다. 6이닝 5피안타 3탈삼진 4사사구 2실점했다. 7회 시작하자마자 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당시 이동욱 감독은 손민한 투수코치가 아닌 강인권 수석코치를 마운드에 올려 교체를 하게 했다.
이 감독의 작은 배려였다. 강 수석코치는 아들 강태경에게 악수를 청한 뒤 포옹까지 했다. 강판하는 강태경은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까지 올렸다. 마운드에서의 잠깐의 상봉이 꽤 화제가 됐다. 비록 강태경은 그날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하지만, 훈훈한 그림은 그날로 끝이었다. 이 감독은 일찌감치 그런 그림은 1회성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이 감독이 코로나19 술판논란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1일 인천 SSG전부터 10경기 출장정지에 들어갔다.
강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았고, 마침 강태경이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이 감독의 징계가 확정되기 전부터 강태경의 더블헤더 2차전 선발등판은 결정됐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이 이번엔 감독대행과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강태경의 투구내용은 보름전 한화전과는 달랐다. 1회 최정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2회 김강민에게 투런포를 맞고 2사 만루 위기에 몰리는 등 깔끔하지 못했다. 이후 3회 1사 후 한유섬에게 투구에게 유리한 2S서 체인지업을 던지다 동점 우월 솔로포를 맞았다.
그러자 강 감독대행은 곧바로 강태경을 빼고 류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투구수도 70개에 육박했고,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더블헤더 1차전서 6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소모도 크지 않았다. 조기에 불펜을 가동할 명분은 충분했다.
결국 NC는 4회 승부를 뒤집은 뒤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더블헤더를 독식했다. 아들은 또 다시 프로 데뷔 첫 승의 꿈을 미뤘다. 그러나 아버지에겐 아들의 첫 승보다 NC의 승리가 더 중요했다. 강태경의 아버지이기 전에 NC의 감독대행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프로페셔널한,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물론 강태경이 교체될 땐 마운드에 강 감독대행이 올라오지 않았다. 2.1이닝 5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2사사구 3실점.
강 감독대행은 전날 아들의 선발 등판을 예고하며 "더 냉정하게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대로 보여줬다.
[강태경.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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