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그때의 몸과 지금 몸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특급스타라고 해도 베테랑이 되고 신체능력이 하락하면 거기에 맞춰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프로는 매년 젊은 선수들이 유입되고, 새로운 경쟁체제를 형성한다. 3시즌 연속 40홈런, 2시즌 연속 50홈런을 터트린 홈런타자도 예외는 아니다.
키움 박병호는 2년 연속 지독한 슬럼프와 싸운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숙였다가, 팔을 놓는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는 등 눈에 보일 정도로 타격 자세를 많이 바꿔왔다. 이 정도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밀한 변화는 엄청나게 시도했고, 상당한 부작용을 거듭했다고 봐야 한다.
방황 끝 내린 결론은 몸이 아닌 마음이다. 물론 타격은 기술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마인드와 멘탈이 흔들리면 기술은 쉽게 무너진다. 모든 프로스포츠와 선수에게 통용되는 진리다.
박병호는 4일 고척 SSG전서 436일만에 그랜드슬램을 뽑아냈다. 이 홈런으로 '부활'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섣부르다. 지난 2년간 키움 팬들은 어쩌다 터진 박병호의 홈런에 환호하다 실망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다잡은 건 분명해 보인다. 박병호는 "올 시즌 성적이 작년보다 굉장히 안 좋다. 에이징커브라는 소리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자포자기 한 적은 없다. 계속 노력하고 있다. 타순 변동도 받아들인다. 노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와서 실망스러운 날이 많았지만, 다음 날에는 또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그런 마음"이라고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박병호는 "2015년을 기준으로 볼 때, 그때의 몸과 지금의 몸이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거나 뭐가 달라졌는지 보고 따라 하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2015년의 타격폼을 지금 시도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 35세, 신체의 변화에 맞는 기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박병호는 "현재 내 몸 상태에 맞는 타격을 해야 한다. 그게 맞다.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바꾸는데 시간이 걸렸다"라고 했다.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면, 2021년 버전에 맞는 폼과 기술을 찾아가면 된다. 올 시즌 성적(78경기 타율 0.213 13홈런 50타점 34득점 득점권타율 0.231 장타율 0.414 OPS 0.745)과는 또 다른 이슈다. 키움은 순위다툼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증명하면 자존심도 조금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지 않다. 본인 말대로 기술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직결된다. 박병호는 "1점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전광판에 나와있는 기록이 계속 보이지만 신경 쓰지 않고 매 경기 리셋하면서 상황에 맞게 타격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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