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장훈 감독이 올 추석 극장가에 출격하는 소회를 전했다.
영화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을 14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기적'은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가 된 경북 봉화의 양원역을 모티브로 한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산골 마을에 간이역이 생기길 바라는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4차원 수학 천재 소년 준경(박정민)은 원칙주의 기관사인 아버지 태윤(이성민), 츤데레 누나 보경(이수경)과 훈훈한 가족애를, 자칭 '뮤즈' 라희(임윤아)와는 10대의 풋풋한 로맨스를 선사한다. 특히 '기적'은 안정적인 연기 호흡, 섬세한 연출, 강렬한 메시지의 삼박자로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예비 관객의 이목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잊지 못할 여운을 선사한 이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이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탐미적 미장센, 유머가 합쳐져 묵직한 몰입감을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80년대 향수와 그때 그 시절 소담한 풍경이 어우러져 꽉 찬 볼거리를 선사한다.
'기적'은 당초 지난 6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추석을 앞두고 스크린을 채우게 됐다. 이 감독은 "코로나19 때문에 예전만큼 일대일로 마주보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홍보하는 재미는 떨어지지만 이 시기가 제일 흥미롭다"라며 "이보다 더 좋은 타임은 없는 것 같다. 6월에 개봉을 안 하게된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 추석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시나리오 원안을 받아 각색한 이 감독은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전작과 비슷한 결이어서 조금 망설였는데 아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이러한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이구나'를 알려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전작에서 배운 것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한번 더 해보자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정민 배우를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이 감독은 "준경은 박정민 배우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준경의 나이 탓에 고민이 많았다. 30대 중반에 고등학생 캐릭터를 맡기에는 부담감이 컸던 것. 이에 이 감독은 박정민에게 '펭수' 굿즈를 공수해 선물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 이 감독은 "펭수 명찰, 증명사진, 우산, 인형 등 온갖 굿즈를 구해서 들이밀 생각이었다. 안 한다는 이야기를 막으려고 애썼다. 미팅 일주일 후에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돌이켰다.
또 "박정민 배우에게 제 모습이 많이 보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깨 위에 책임감이라는 큰 짐을 지고 있더라. 스스로를 갈아 넣으면서 연기해서 엄청난 작품이 나왔겠지만 '기적'에서 만큼은 대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책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형으로서 안타까웠다. 박정민 배우를 불러서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했었다. 이 순간밖에 느낄 수 없는 행복에 대해 말했다. 준경을 연기할 때도 혼자 모든 짐을 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동료 배우도 있으니 학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믿고 즐기길 바랐다. 결국 즐겁자고 하는 일이잖냐. 결과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 과정이 최대한 즐거웠으면 했다"라며 "나중에 박정민 배우가 이 시간이 마음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됐다더라. 힘들어하고 겁먹은 모습이 어느 순간 편해진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라희 캐릭터 구축에 큰 힘을 쏟았다는 이 감독은 "영화는 결국 슬프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라며 "슬픔이나 감동이 배가되려면 결국 이야기에 행복한 순간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전체 톤을 훨씬 밝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이 라희다. 슬픔이 영화 전반을 채우면 숨 막힐 수 있다. 라희가 등장할 때마다 힘든 상황을 끌어올려주고 전환한다. 관객을 너무 짓누르지 않게 하기 위해 라희가 필요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수경이 열연한 보경 캐릭터에 대해선 "이 보석 같은 인물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려고 여러 가지 재미 요소를 고민했다. 인물 간의 오해와 상황이 악역을 대신해줘야 했다. 분위기를 최대한 밝게 포장하고 많은 관객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임윤아를 두고 "'전작으로 엄청난 성공을 한 배우가 우리 영화를 선택해줄까?'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더 크고 화려한 역할을 기대하지 않을까?' 하면서도 꼭 해주길 바랐다. 간절하게 부탁드렸다. 영화를 선택해줘서 되게 놀랐다. 독보적인 비중을 가진 인물이 아니어서 쉽지 않았을 거다"라며 "나중에 촬영하면서 '굉장히 천천히 확실하게 계단을 밟으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란 느낌을 받았다.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가 기대됐다. 인상적이었고 영리했다"고 극찬했다.
관전 포인트를 묻자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웃기면 마음껏 웃고 슬프면 울고 가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너무 생각하려 하지 말고 영화에 몸을 맡겨주시면 좋겠다.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는 기분이 좋아질 거다. 두 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라고도 바랐다.
다가오는 추석, 가족과 함께 영화관 순회를 할 예정이라는 이 감독은 "관객의 반응을 직접 느끼고 싶다. 같이 섞여서 보면 행복하더라"라며 웃어보였다.
영화 '기적'은 15일 개봉한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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