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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MLB와 그 누군가 프론트맨은 웃고 있다
4일 새벽 4시(이하 한국 시간)를 넘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류현진(34)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162경기째에 선발 등판했다.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 이자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약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그런데 이 경기가 ‘오징어 게임’이었다. 토론토는 지면 무조건 아메리칸리그(AL) 와일드카드(WC) 레이스에서 탈락한다. 토론토가 이기면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두 팀 중 한 팀이 이날 졌을 때 토론토는 동률 팀과 페넌트레이스 163경기인 ’타이 브레이커(tie breaker)’를 펼치게 된다.
토론토가 볼티모어에 승리하면 91승71패, 전날까지 91승70패를 기록 중이던 뉴욕 양키스가 아메리칸리그 1위 탬파베이, 그리고 같은 성적의 보스턴이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승리하면 나란히 92승70패가 돼 토론토는 떨어지게 되는 그림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졌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인 미국의 자존심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한 캐나다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 서부지구 시애틀 매리너스, 4팀이 마지막 날 경기 결과에 따라 모두 동률을 기록해 4팀이 타이 브레이커가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돼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프론트맨’ 정도가 돼야 설계할 수 있는 드라마이다. 세계 83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넷플리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9부작 시리즈다. 야구는 연장전에 가지 않으면 9회 끝이 난다. 묘하게 9라는 공통점이 있다.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4일 결말을 모른 채 신나게 달린 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였다. 1회말 첫 공격 토론토 1번 톱타자 조지 스프링어가 볼티모어 투수 지머맨을 상대로 21호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회에 3-0으로 앞선 토론토는 2회말 계속된 기회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자신의 시즌 48호인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22세 이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이고 캔자스시티 로열스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와 홈런 공동 1위가 되는 한방이었다. 토론토는 이 기록적인 홈런으로 2회말 5-0으로 앞섰다.
토론토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1회초 첫 이닝에 내야땅볼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상쾌하게 출발했다.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 하며 14승10패 평균 자책점 4.37로 시즌을 마쳤다. 류현진이 승리투수 요건(선발 5이닝 이상)을 채운 5회말 현재 점수가 토론토 12-2로 앞섰다. 류현진이 더 던질 이유가 없었다.
토론토와 류현진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야구의 신(神)’ 혹은 ‘프론트맨’에게 공이 넘어갔다.
토론토가 최종전 12-4 대승, 류현진이 시즌 14승,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 남은 기쁨을 누린 시간은 겨우 30분이다. 토론토 경기가 끝난 후 30분이 지나 뉴욕 양키스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탬파베이에 승리해 92승째를 거두었다. 보스턴은 워싱턴 내셔널스에 5회말까지 1-5로 뒤지다가 7-5로 역전승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모두 9회 승리 드라마를 썼다. 양키스는 홈인 양키스타디움에서 9회말 끝내기, 보스턴은 원정인 9회초 2점을 뽑아 승리한 것이다.
뉴욕 양키스가 더 영화 같았다.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162번째 경기 9회말 마지막 공격, 마지막 투구에 간판 스타 애런 저지의 땅볼 타구가 상대 투수에 맞고 유격수 쪽으로 굴절되면서 끝내기 안타가 됐다. 1-0 승리다.
이로써 오징어 게임 9부가 끝났다. 9부는 운수 좋은 날이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은 9회가 운수 좋은 날이 됐고 토론토와 류현진은 9회까지 의미없는 경기를 하고 희생자들로 남았다.
그렇다면 프론트맨은? MLB와 그 배후 세력이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와일드카드에서 맞붙는 ‘세기(世紀)의 카드’를 포기할 수 없다. 수치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메이저리그는 2001년 3조580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수익이 19년간 계속 상승세 2019시즌에는 10조3700억원이 됐다. 3배가 늘었다. 1 빌리언(billion)은 10억 달러로 한화로 1조원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급습해 2020 수익이 19년 전인 2001년과 비슷한 3조6600억원으로 떨어졌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이 걸렸지만 MLB는 선수들이 10조원을 걸고 싸우는 게임이다. 프론트맨은 MLB이고 그 배경에는 거대한 세력이 움직이고 있다.
[사진=AFPBBNews, 넷플릭스 제공]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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