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이현호 기자] 은퇴한 지 벌써 1년 된 이동국이 전주성 ‘승요(승리요정)’로 등극했다.
지난 2020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이동국은 6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전북현대-울산현대 경기를 관전했다. 이 경기 전까지 두 팀의 승점은 67로 동률이었다. 다득점에서 앞선 전북이 1위였으나, 이날 결과에 따라 울산이 1위로 올라설 수도 있었다.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불린 이유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전북 김상식 감독은 “이동국은 최근에 워낙 바빠서 전화 통화나 메시지만 주고받았다. 오늘 하루 휴가 내서 전북 선수들 응원하러 왔다. 은퇴하고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항상 전북과 같이 있다는 걸 느낀다. 선수들에게 좋은 말해주고 가서 감사하다”라고 들려줬다.
농담도 덧붙였다. 김 감독은 “동국이에게 ‘빠따 갖고 왔나’라고 물었더니 ‘안 갖고 왔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주장 완장을 차고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이동국은 선수단 내외적으로 절대적인 존재였다. 김상식 감독은 이동국의 등장만으로 선수들이 큰 힘을 얻으리라 확신했다.
이동국은 팬들과도 인사했다. 킥오프 직전 장내 아나운서가 “라이언킹 이동국 선수가 전주성을 찾았습니다”라고 소개하자 본부석 2층 스카이박스석에 주황색 상의를 입고 착석한 이동국은 두 팔을 흔들며 밝게 웃었다. 전광판에 이동국의 모습이 크게 잡혔다. 홈 관중들은 이동국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장 중계를 맡은 JTBC의 현영민 해설위원은 이동국과 절친한 사이다. 현영민 위원은 “며칠 전 이동국 선수가 ‘전북-울산전 보러 전주 간다’라고 해서 미리 알았다. 1년 전 이곳에서 은퇴한 선수가 다시 홈구장을 찾아 팬들과 인사하는 걸 보니 친구로서 뿌듯하다”라고 했다. 현 위원은 이동국 은퇴 경기에서도 현장 중계와 인터뷰를 맡은 바 있다.
이동국의 응원이 통했을까. 전북과 울산의 2-2 스코어는 후반 45분까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후반 45분에 교체 투입된 일류첸코가 추가시간 5분을 넘어가는 순간에 다이빙 헤더슛으로 결승골을 꽂아 넣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은 울산과 3점 차를 두고 1위를 질주했다.
전북 관계자는 “이동국 선수가 경기 끝나고 라커룸을 찾아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갔다. 그러면서 ‘쉽게 이기면 되지. 왜 어렵게 이겨서 보는 사람 힘들게 하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라고 귀띔했다.
이동국의 전주성 직관 응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9일에 열린 전북-강원FC 경기에서도 이동국의 응원이 승리로 이어졌다. 당시 전북은 후반 40분까지 0-1로 끌려가고 있엇다. 그러나 막판에 김보경, 구스타보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따냈다.
올해만 2전 2승 승률 100%를 거둔 셈이다. 전북 관계자는 “은퇴 후 방송 활동으로 바쁠 텐데 먼 길 달려와 응원해주고 가니 고맙다. 다음에 또 중요한 경기에서 이동국 선수에게 응원 요청을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경기 후 이동국이 SNS에 게시한 글에 김진수는 "승리요정"이라며 대선배의 응원을 반겼다.
[사진 = 전북현대 제공, 이동국 SN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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