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불길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코로나와 올림픽이 겹친 2021 플레이오프는 두산베어스(이하 두산)가 2승으로 정규리그 2위의 삼성라이온즈(이하 삼성)를 가볍게 밀어내고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KT와 시리즈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삼성은 2015년 한국시리즈 이후 5년간 하위권을 맴돌다 올해 승률 공동 1위까지 올랐다. 타이브레이커에서 패하면서 정규리그 2위로 7년만의 정상을 노리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삼성 야구단은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다. 두산은 그룹 최고위층의 야구 사랑은 그룹이 경영난과 이에 따른 거물급 선수들을 FA로 대거 유출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서는 괘거를 이끌어 냈다.
허삼영 감독은 구단의 전력분석원의 오랜 경력이 ‘허파고’로 발전이 되었다.
김태형 감독은 화려하지 않지만 수비형 포수로서 실전 경기를 보는 눈을 현장에서 길렀고 코치를 거쳐 사령탑에 오른 재주 많은 곰이다.
다시 돌아가서 플레이오프전 필자는(아니 어쩌면 수많은 삼성팬들도 비숫한 생각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허파고’ 허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재주 부리는 영리한 곰 김 감독의 감각에 완패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타이 브레이커후 삼성은 많은 시간을 준비하며 체력비축이나 모든 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 있었다. 두산은 미란다와 로켓이 전력 이탈한 상태에서 LG를 이기고 올라왔기에 소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삼성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간단히 1, 2차전을 돌아보자면 두 가지 큰 '연산 착오'가 있었다. 먼저, 삼성은 선발 투수의 결정에서 이미 패착이었다.
허감독은 다승왕 뷰캐넌, 만개한 백쇼 백정현을 낙점했다. 타이브레이커전에서 호투한 영건 원태인을 아끼면서 허감독은 표현하진 않지만 내심 2승으로 kt와 맞서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갑자기 내린 비로 날씨가 추워진 변수는 허파고의 계산기 속에서 포함되지 못한 모양이다.
물론 두 투수가 강속구보단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땅볼 유도 능력, 거기에 주자를 묶어두는 견제 능력까지 보유했으니 당연한 선택인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추워진 날씨의 야간경기는 모든 타자들의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감안해보면 둘보다 강속구 능력이 뛰어난 원태인을 1선발로 잠실에서 뷰캐년으로 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또 하나는 삼성은 3루수와 유격수를 최영진과 오선진을 선발로 내세우고 수비를 강화하는 쪽을 선택하고 이원석과 김지찬을 승부처에서 대타와 대주자로 활용 교체하는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
다른 모든 면에서 두산이 압도적으로 이긴 결과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단기전 특히나 3전 2선승제로 갑자기 바뀐 룰에선 선취점과 수비력이 더욱 중요하며 가을 야구는 데이터대로 순서를 정하고 대비할 겨를이 없다. 오늘 바로 한 경기의 승리가 너무 중요하며 오늘 1승 없이는 한국시리즈도 없다.
부족한 실전 경력을 허파고라는 별명답게 허감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을 운영해서 실적을 올린 능력만큼은 탁월했다.
하지만 그런 장점이 오히려 단기전에서는 독이 되고 말았다. 삼성팬들이 염원한 6년의 기다림이 단 이틀 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은 그의 노트북에는 그런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은 결과였다.
석인성시(惜吝成屎). 내일을 위해 좋은 것들을 준비하고 비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야구의 단기전에는 모든 것을 내놓고 써야만 했다.
하지만 삼성라이온즈에 대한 팬들의 성원은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선수단 그리고 삼성라이온즈 팬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최강 삼성!
(이 글은 프로야구 창단 때부터 삼성 골수 팬이었다는 원년 팬이 너무나 허탈한 삼성의 탈락을 보고 직접 원고를 보내왔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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