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허구연 위원님이 잘 아시지만 제가 항상‘2인자'로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지도자로서 1위를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일단 한번은 이룬 것 같습니다.”
지난달 31일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1위 결정을 위한 타이브레이커에서 삼성을 1-0으로 물리치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KT 이강철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인터뷰에서 그의 목소리에는 그 동안의 회한(悔恨)이 묻어 나왔다. 자신이 항상 2인자였다고 회상하는 순간에는 '울컥'하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감독이 왜 선수 생활을 2인자로 마쳤을까? 광주일고-동국대를 졸업하고 1989년 1차 지명으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강철감독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언더스로였다.
해태(1989~1999), 삼성 라이온즈((2000~2001), KIA 타이거즈(2001~2005)를 거쳐 은퇴하고 2006년 KIA 타이거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3~2016년 넥센 히어로즈 1군 수석코치, 2018년 두산 베어스 1군 수석코치를 지내고 2019년 KT 위즈 사령탑이 됐다.
더욱이 이 감독은 자신 보다 어린, 커리어면에서도 한수 아래였던 넥센 염경엽감독, 두산 김태형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를 할 때 많은 야구인들이 그의 인품을 얘기했다. 늘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지도자였다.
한편으로는 왜 아직 감독이 되지 못할까, 후배들이 감독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이제 이강철 감독이 한 맺힌 2인자 자리를 벗어나 당당히 1인자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89년 이후 32년만에 잡은 절호의 기회이다.
KT는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의 KS 1차전에서 4-2로 승리했다. KT는 선발 등판한 쿠에바스의 7과 3분의 2이닝 7피안타 1실점 8탈삼진 1실점 호투를 앞세워 김태형의 두산을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KT는 우승 확률 75.7%를 잡았다. 역대 K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5.7%에 달한다. 1982년 1차전 무승부와 삼성이 통합 우승했던 1985년을 제외하고 지난 해까지 37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KS 우승을 한 경우는 28번에 달한다.
이제 이강철 감독은 ‘2인자 한’을 풀기 위해서 24.3%의 확률만 더 가져오면 된다. 이강철 감독이 앞으로 남은 6번의 경기에서 그 24.3%의 확률을 다 채워 32년동안 가슴속에 응어리 진 '2인자의 한'을 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고척돔 곽경훈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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