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다음에는 나오지 말아야 할 플레이다."
포스트시즌은 벤치의 정석과 변칙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무대다. 정답은 오직 결과가 말한다. 그 수 싸움을 지켜보는 게 또 다른 묘미다. 그러나 대전제가 있다. 야구의 기본이다. 기본이 무너지면 전략은 무의미해진다.
두산 포수 박세혁의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 '산책주루'가 결과를 떠나 가을잔치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김태형 감독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는 나오지 말아야 할 플레이"라고 했다. 박세혁은 순간적으로 기본을 망각했다.
두산의 패색이 짙긴 했다. 1-4로 뒤진 9회초 마지막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 마운드에는 KT 마무리 김재윤. 박세혁은 볼카운트 1S서 2구 147km 패스트볼을 쳤다. 빗맞은 타구가 3루수 황재균 방향으로 낮게 떴다. 황재균은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타구를 잃었다.
이때 박세혁은 타구를 끝까지 보지 않고 등을 돌려 덕아웃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황재균이 놓친 타구를 잡은 유격수 심우준이 1루에 송구하자 상황을 파악, 다시 등을 돌렸으나 이미 공은 1루를 밟은 1루수 강백호가 포구한 뒤였다.
박세혁은 포수치고 발이 느린 편은 아니다. 한편으로 심우준의 대처도 깔끔했다. 만약 박세혁이 처음부터 타구에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않고 전력 질주했다면 좋은 승부가 될 수 있었다. 어쨌든 플레이가 완료되기 전에 주루를 하던 주자가 등을 돌려 '역주행'을 한 건 프로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후 두산이 연속안타로 1점을 만회한 걸 감안하면 더더욱 아쉬운 플레이였다.
누구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걸 알지만 쉽지 않다. 야구선수도 사람인 이상 3~4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기서 단 1초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 건 어렵다. 스코어가 벌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프로로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양준혁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평범한 타구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주루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평범한 타구에 전력질주를 하면 내야수의 실수를 유도해 1년에 두~세번 정도 세이프 된다"라고 했다. 최선을 다하는 주루가 기록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론이다.
양준혁은 데뷔 후 2010년 은퇴경기 마지막 타석까지 그 어떤 타구에도 전력으로 1루까지 뛰었다. 트레이드마크 '만세타법'과 함께 양준혁의 시그니처 무브였다. 기본에 충실한 모습, 야구를 향한 진심에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내줬다. 2차전 큰 틀의 전략은 김태형 감독이 갖고 있다. 선수들이 그 틀 안에서 기본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할 때 반전의 기틀을 만들 수 있다. 또 그게 한국야구가 잃어버린 팬심을 되찾는 첫 걸음이다.
[양준혁의 주루 모습(위, 아래), 박세혁(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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