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타자가 누구든 네가 최고다."
SSG는 페넌트레이스를 6위로 마치며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졌던 2020년과 마지막까지 5위 다툼을 한 2021년은 확연히 달랐다. 사실 전력 구성의 어려움으로 치면 올 시즌은 역대급이었다.
그러나 덕아웃 분위기와 팀 케미스트리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관계자들 시선이다. 그 시작점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메이저리그 스펙을 가진 추신수의 합류였다. 추신수의 합류로 단순히 SSG 공격력이 강해진 게 아니었다. 추신수가 SSG에서 1년을 보내면서 SSG 구성원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예를 들어 SSG 선수들이 홈 경기 때 야구장에 더 일찍 나와 경기를 준비하는 게 생활화됐다. 물론 추신수가 입단하기 전에도 부지런한 선수들은 일찍 출근해왔다. 그러나 추신수 가세 후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출근시간도 빨라졌고, 더 철저하게 경기 준비를 하는 문화로 바뀌었다는 게 곳곳에서 감지됐다.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만난 박성한은 "추신수 선배는 매일 야구장에 일찍 나와서 부지런하게 운동하셨다. 야구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베테랑으로서 솔선수범하셨다. 그런 열정을 본받고 싶다"라고 했다.
추신수 특유의 눈 야구와 주루 센스 등 기술적인 부분은 뒤로 하더라도, 추신수의 하나부터 열이 SSG 덕아웃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했다. 비록 5강 진입에 실패했으나 팀 SSG는 확실히 더 단단해졌다.
박성한은 "추신수 선배는 내가 하지 못하는 플레이, 예를 들어 눈 야구나 주루 센스 등에서도 좋은 영향력을 줬다"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많은 후배가 추신수에게 야구와 관련, 이런 저런 조언을 구하고 대화했으나 박성한은 별로 추신수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굳이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도, 추신수의 모든 것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실제 박성한의 야구는 올해 많이 발전했다. 추신수는 간혹 지인의 사인 부탁을 청하던 박성한에게 "네는 맨날 사인 받으러만 오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야수와 달리 투수들과는 그렇게 많이 스킨십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핵심 사이드암 장지훈의 말에 따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장지훈은 "신수 선배는 매 경기, 매 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하셨다. 몸 관리 하나부터 소홀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라고 했다.
장지훈은 추신수가 자신을 비롯해 젊은 투수들에게 해줬던 조언을 잊지 못한다. 추신수는 "자신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타자가 누가 타석에 들어오든, 상대 팀이 어느 팀이든, 아무리 잘 치는 타자를 만나도 너랑 상대할 때는 네가 최고다. 스스로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해라"고 했다.
자신감을 갖는 건 프로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추신수의 스피치 기술은 달랐다. 단순히 자신감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일러줬다. 추신수의 이런 말이 SSG 투수들을 온전히 먹여 살렸다고 하면 과대 평가다. 하지만, 추신수의 말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 따뜻한 울림이 됐던 건 분명하다. 장지훈도 항상 추신수의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SSG 선수들에게 추신수란, 울림을 주는 깐부다. 그런 추신수는 2022년에도 SSG에서 뛴다. SSG는 이런 깐부와 함께 내년 포스트시즌 복귀를 꿈꾼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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