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천재타자들은 서로가 가진 것에 끌릴까.
강백호(KT)와 이정후(키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강타자다. 데뷔 후 4~5년간 꾸준히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며 애버리지를 인정받았다.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에도 동반 출전하며 국가대표 붙박이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두 타자는 올 가을 서로 갖지 못한 타이틀을 가졌다. 강백호는 전반기 내내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휴식기를 거쳐 후반기에 서서히 페이스가 내려오며 끝내 대업을 이뤄내지 못했다. 타격왕마저 이정후(0.360)에게 넘겨주고 0.347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강백호는 2018년 데뷔 후 중거리타자로 꾸준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의외로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타격 주요 부문 타이틀홀더가 되지 못했다. 올 시즌의 경우 타점(102개), 최다안타(179개) 2위에 만족했다.
반면 이정후는 4월 0.269라는 부진을 딛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애버리지를 올리며 세계최초 부자타격왕 타이틀을 안았다.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옆구리 근막 통증으로 다시 1개월을 쉬어야 했으나 복귀 후에도 좋은 감각을 이어갔다. 9월 0.433, 10월 0.345로 강백호와 전준우(롯데, 0.348)를 여유 있게 제쳤다. 이정후도 신인왕 이후 데뷔 5시즌만에 타격 주요 부문에서 처음으로 타이틀을 가져갔다.
그러나 강백호는 최후의 승자였다. 개인타이틀을 얻지 못했지만 KT의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삼성과의 1위 결정전서 결승타를 날렸다. 한국시리즈서도 12타수 6안타 타율 0.500 1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1차전 첫 타석부터 8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절정의 감각을 뽐냈다. 사실 시즌 막판 부진으로 반등의 계기가 필요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푹 쉬면서 철저히 한국시리즈를 시뮬레이션 했다. 두산 투수들에 대한 맞춤형 공략법을 준비한 게 성공했다.
강백호는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올 시즌이 커리어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커리어하이는 내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팀 우승은 상징적이다. 나 혼자 만들 수 없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결국 강백호는 타이틀홀더 대신 평생 한번 할까 말까 한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했다.
이정후는 그런 강백호를 부러워했다.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백호 부럽죠. 직접 적시타까지 치고 팀이 우승(페넌트레이스)했으니. 나는 프로에서 우승을 하지 못해 부러웠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2017년 데뷔 후 5년 내내 중심타자로 변함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키움은 최근 수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의 의미 있는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은 이정후에겐 커다란 아쉬움일 것이다.
키움은 모기업 없이 스폰서들로 구단을 운영하는 현실상 높은 팀 페이롤을 유지하기 어렵다. 외부 FA는 고사하고 스타로 성장한 내부 자원들도 붙잡기 어려운 현실이다. 신인 지명 및 육성 노하우가 상당한 팀이다. 그래서 늘 젊고 유망한 선수가 넘친다. 그러나 우승까지 가기엔 부족하다.
이정후는 개인타이틀을 따봤지만, 2년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기 전까지 소속팀 키움을 우승시킬 수 있을까. 강백호 말대로 야구에서 우승은 선수 1~2명이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키움의 전력상 향후 1~2년 내에 페넌트레이스든 한국시리즈든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통합우승을 맛본 강백호는 언제든 개인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다. 그럴 능력이 있다.
두 슈퍼 영스타는 서로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이정후의 도전이 좀 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절친한 두 사람이 건전한 자극을 통해 개인도, 팀도 업그레이드 하면 최상이다. 강백호는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이정후 얘기가 나오자 장난 섞인 말투로 "그 형하고는 연락 안 했어요"라고 했다.
[이정후와 강백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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