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제게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힘들 때 사랑과 위로를 주는 매체였어요. '로그 인 벨지움'은 영화 자체에 바치는 러브레터인 것 같기도 해요. 영화를 보고 '고립된 상황이어도 의지를 갖고 해내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달 감독 데뷔작 '로그 인 벨지움' 개봉을 앞둔 배우 유태오는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관람 포인트없이 봤으면 한다. '다큐멘터리 픽션'이라는 마케팅 키워드를 써가며 홍보하고 있는데 생각과 완전히 다른 영화다. 기대없이 보시라"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태오가 기획, 제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음악까지 참여한 '로그 인 벨지움'은 팬데믹 선포로 벨기에 앤트워프의 낯선 호텔에 고립된 '배우 유태오'가 영화라는 감수성이 통한 가상의 세계에서 찾은 '진짜 유태오'의 오프 더 레코드를 담는다.
동료 배우 천우희, 이제훈도 등장한다. 벨기에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유태오는 두 사람의 도움으로 추가 촬영을 해 65분짜리 영화를 탄생시킨다. 사진작가 아내 니키 리는 공동 프로듀서로 촬영, 편집을 함께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 영화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오픈시네마로 관객을 처음 만났으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초이스에도 선정돼 매진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고자 한 건 아니"라는 유태오는 "벨기에에서 해외 작품을 하다가 갑자기 팬데믹이 터졌다. 비행기 표가 취소되고 모일 수도 없었다. 식당이 문을 닫고 호텔 로비까지 닫혔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상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 외롭고 두려운 상태에서 기록을 남기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알렸다.
바쁜 일정 탓에 지난해 4월 귀국 후 약 6개월간 촬영분을 보지 않았다는 그는 "10월에 편집을 시작해서 12월에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극장 개봉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냐'더라"라며 "팬데믹 시기에 겪는 사치스러운 죄책감을 넣어 영화를 완성했다. 개봉하겠다는 말에 위축되진 않았다. 애초부터 걱정이 없었다.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던 거다. 20년 후 재밌게 보려고 만들었다. 호의적으로 봐주셔서 고마웠다. 에세이 형식의 영화다. 실제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더해 감수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은 80시간에서 첫 편집을 거쳐 1시간 35분으로 과감하게 줄였다. 유태오는 "일단 감수성이 우선이었다. 재밌고 지루하면 안 되니 짧게 알짜배기만 보여줘 감수성이 전달되면 좋겠기에 냉정하게 편집했다"라고 설명했다.
"벨기에에서 찍은 누드 장면, 아시안 마트에서 산 소주를 혼자 마시고 취해가는 상태를 찍은 장면도 있었다"라며 "술에서 깨고 나서 보니 자극성은 있지만 감수성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지 생각해봤다. 아니더라. 바로 지워버렸다. 단칼로 잘라내는 것에 대한 미련은 없었다"라고도 털어놨다.
니키 리와 협업하며 충돌하진 않았냐고 물으니 "크게 부딪히진 않았다. 재밌게 만들어냈다"고 답했다. 유태오는 "편집실에서 많은 의논을 하며 만들어나갔다. '1초를 붙일까, 뺄까', '음악을 언제 넣을까'처럼 미세한 차이는 있었다. 편집자가 계시고 니키도 있고 저도 있었다. 2대 1이 된다면 시원하게 오케이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멜랑콜리 감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멜랑콜리는 웃으면서 하는 귀여운 비난처럼 느껴지잖냐. 그런데 주관적으로 느낀 멜랑콜리는 아름다운 슬픔이었다. 무명 시절이 워낙 길다 보니 감정 기복이 많았다. 오랫동안 우울하기도 했다. 멜랑콜리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대부분 에너지가 떨어져 있다. 이 감수성을 영화로 전달하려 했다"라며 "부끄럽지 않게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길 바란다"고 했다.
감독으로 첫발을 뗀 유태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그는 "배우로서 욕심이 많다. 할리우드 영화를 다 찍고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서 더불어 아시아에서 자리를 잡고 기둥을 굵게 박고 싶다. 여러 작품을 봐가며 국내와 해외를 왔다 갔다 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로그 인 벨지움'은 오는 12월 1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엣나인필름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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