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IA와 양현종의 평행선이 언제 잦아들까.
KIA 장정석 단장이 직접 양현종의 에이전트 스포스타즈 최인국 대표를 만난 건 두 차례다. 두 번째 만남에서 제시한 계약규모는 양현종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서운하다"라는 말까지 나오며 파열음을 냈다.
최인국 대표는 여차하면 타 구단들의 제안을 들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라고 봐야 한다. 최 대표가 양현종과 입장을 조율한 뒤 KIA에 전달하면 오프라인이든 유선상이든 만남의 장이 다시 열린다. 서로를 원하는 양측의 기본 입장은 변함 없다.
결국 보장액과 옵션을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양현종은 보장액을 더 높이고 싶고, KIA는 옵션을 높게 설정하고 싶어 한다. 계약 총액이 더 높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양현종의 총액이 나성범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KIA로선 2015년 윤석민의 90억원 FA 계약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KIA는 당시 미국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민에게 계약금 40억원, 연봉 12억5000만원에 4년 계약을 안겼다. 계약서상 옵션은 없었다.
윤석민은 2015시즌 51경기서 2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거짓말처럼 내리막을 탔다. 어깨가 말썽이었다. 이미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선발과 셋업맨 마무리를 오가며 1129이닝을 소화한 상태였다.
2016시즌에 2승2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19을 기록했다. 얼핏 보면 좋은 성적인 듯하지만 16경기, 단 31이닝만 소화했다. 불펜이라고 해도 팀 공헌이 많이 떨어졌다. 2017년 KIA 통합우승 당시에는 단 1경기에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통증과 재활을 반복한 끝에 2018년에 돌아왔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28경기서 8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에 머물렀다. 2019년에 연봉 2억원에 계약했으나 끝내 1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윤석민은 FA 계약기간 4년간 90억원을 받으면서 합계 WAR가 고작 4.78이었다.
양현종도 2020시즌 31경기서 11승10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좋지 않았다. 올해 미국에서의 실적 역시 별 볼일 없었다. 기본적으로 스플릿계약의 불리함이 있었다고 해도 임팩트가 떨어졌다. KIA로선 사실상 2년간 주춤한 투수, 심지어 내년 만 34세가 되는 투수에게 옵션 비중을 높이고 싶어할 수 있다. 퍼포먼스 역시 내리막으로 갈 시점이 가까워진 건 맞다.
반면 양현종으로선 윤석민 케이스와 다르다고 맞설 수 있다. 수년간 타이거즈에서 에이스를 도맡으며 많은 이닝을 소화해왔다. 통산 1986이닝. 건강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었다. 과거의 꾸준함이 미래의 건강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양현종의 내구성은 아직 문제 없는 건 사실이다.
KIA는 6년 전 윤석민의 악몽을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양현종은 기왕이면 보장액을 많이 받으면서(양현종으로선 총액까지 높일 수 있다면 더 좋다) 화려하게 친정에 돌아오고 싶어한다.
참고로 KBO리그 역대 세 자리(100억원대) 계약의 주인공은 모두 '에브리데이 플레이어'다. 투수 역대 최고금액은 2016년 12월 LG와 4년 95억원 계약을 체결한 차우찬. 그러나 차우찬은 올해 어깨부상 및 수술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지금 KIA와 양현종은 양현종의 '걸어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두고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FA 협상은 미래 가치를 논하는 것이니 진통이 없을 수 없다. 어쨌든 윤석민 케이스의 반복은 KIA도 양현종에게도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양현종과 윤석민(위), 양현종(가운데), 윤석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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