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미 482억원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곳곳에서 살림살이를 아끼고, 허리띠를 졸라맨지 오래다. 올 시즌 막판부터 방출자가 쏟아진 건, 그 선수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의미였지만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공격적 행보의 일환이었다.
무관중, 제한적 관중 입장이 입장수입과 구단의 장기적 마케팅에 큰 타격을 준 건 팩트다. 담당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다가도 눈 앞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10개 구단의 앓는 소리는, 사실 앓는 소리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2021-2022 FA 시장에서 몇몇 구단들의 행보는 팬들로선 의아하다. LG가 김현수를 4+2년 115억원에 붙잡고 박해민을 4년 60억원에 영입했다. 두산도 김재환을 4년 115억원에 눌러 앉혔다. NC는 나성범의 이탈에 대비해 박건우를 6년 100억원에 사들였고 한화는 최재훈에게 5년 54억을 안겨 이탈을 막았다. 삼성의 백정현과의 4년 38억원 잔류 계약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6건의 계약총액을 모두 더하면 482억원. 1인당 80억원이다.
끝이 아니다. KIA가 나성범을 6년 130~150억원에 붙잡기 일보직전이다. 미국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도 100원대 계약을 예약한 상태다. 둘까지 더하면 약 730억원. 여기에 아직 미계약 신분의 강민호, 손아섭, 정훈, 박병호, 황재균도 있다.
2016~2017년 FA 시장의 총액 766억2000만원을 넘는 건 시간 문제다. 사상 최초의 1000억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FA 시장의 특성상 오버페이라는 말은 시간이 흐르고 선수 개개인의 성적이 나와봐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구단들이 어렵다는 말을, 팬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물론 구단들은 항변한다. FA 대형계약은 구단의 한 시즌 예산에서 나오는 게 아닌, 모기업으로부터 특별히 따낸 예산으로 집행되는 것이라고. 그 과정이 간단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구단들이 원해서 2022시즌이 끝나면 샐러리캡도 적용된다.
또한, FA 총액이 많아 보여도 계약기간 내내 분할 지급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큼의 부담은 아니라고. 이런 말들 역시 사실이다. 실제 모기업이 없는 키움의 경우 이 시국에 외부 FA 영입은 꿈꿀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은 구단들의 극심한 소비 양극화를 보며 그들의 앓는 소리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구단 살림이 어렵다고 해도 성적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라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전력 보강을 하는 적극적 움직임에 환호하더라도 앓는 소리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팬들이 구단들의 속사정까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구단들로선 FA 광풍이 팬들의 환호를 부르다가도 팬들과의 괴리감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우승은 매년 한 팀만 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도 9팀은 실패하는 구조다. 그걸 알면서도 매년 겨울 거액투자를 선도하는 팀은 나온다. 아이러니컬하다.
구단들로선 FA 광풍으로 FA 영입 및 협상이 점점 어려워진다면서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지난 20년 넘게 구단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어렵다고 하소연해봤자 팬들은 믿지 않는다. 구단들은 FA에게 돈으로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있지만, 팬들에게 진정성을 인정 받긴 참 어렵다. 그 사이 신뢰를 잃을만한 사건사고도 많았다. 구단들은 FA 이상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FA 계약자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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