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롯데 출신 FA 두명이 계약했다. 롯데 포수 출신인 삼성 FA 강민호가 사자군단과 4년더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24일 "4년간 계약금 12억원, 연봉 합계 20억원, 인센티브 합계 4억원 등 최대 총액 36억원의 조건에 강민호와 사인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약 2시간 후 이번에는 롯데에서 풀린 FA 손아섭이 NC 다이노스와 계약했다. NC는 "외야수 손아섭(33)과 계약했다"며 "계약기간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이며, 계약금 26억원, 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으로 총액 64억원 규모"라고 말했다.
손아섭은 NC로 떠나고 강민호는 삼성에 잔류하는 바람에 롯데 팬들은 완전히‘크리스마스 이브날 연인과 데이트 약속을 잡았는데 연인이 다른 사람하고 놀러가 버린 그런 꼴’이 된 느낌일 듯 하다. 그 허탈감과 분노감은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국내 야구 팬 사이트에는 롯데를 질타하는 글 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롯데없는 크보를 꿈꿉니다’‘엔씨에게 간게 더 빡쳐요’ 등 롯데 비판글이 쏟아졌다.
내용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특정 개인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이제 야구단따위에 돈 투자 안할거고 할 돈도 없으니 돈없이 운영 해라고 앉혀놓았네요.”
“야구인은 아니더라도 돈 잘타오는 전임 단장이 훨씬 나았네요...그노무 2군 육성 신인 육성..프로세스 합리화....대체 이런것들 하면 뭐합니까??? 팬들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뭘 얼마나 강팀을 만들건 지 두고봅시다!!!”
이렇듯 팬들의 분노도 있지만 도대체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팬들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손아섭 경우는 4년 64억원이다. 롯데로서는 아무리 팀에 필요한 선수라고 하지만 거품이 낀 가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일정부분 동의한다. 손아섭이 64억원을 받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그러면 강민호를 놓고 보자. 4년에 36억원이다. 이 정도의 돈도 투자하지 않는 야구단이 있을까 싶다. 정훈에게 얼마를 줄지 모르겠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삼성도 백정현과 강민호에게 74억원을 투자해서 주저 앉혔다.
결국 롯데는 FA 시장에서 돈은 최대한 쓰지 않을 작정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삼성은 ‘실용주의’라고 하겠지만 롯데는‘짠물주의’인 셈이다.
성민규 단장의 생각은 이런 것 같다. 물론 구단이 단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롯데는 언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먼 훗날의 좋은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고 지금은 프로구단의 목표인 우승에는 초연하다.
‘강민호 영입’건도 그렇다. 롯데는 ‘강제 리빌딩’중이다. 젊은 선수들로 팀을 이끌어 나가려고 하는데 뜬금없이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38살이나 되는 '퇴물 강민호'를 잡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강민호 영입은 젊은 선수들에게 갈 기회가 줄어들고 결국은 팀의 리빌딩 과정의 ‘걸림돌’이 될 뿐이다. 팀의 장래를 봐서도 강민호보다는 안중열이나 지시완 두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배터리 코치와의 관계이다. 롯데는 최현 코치가 미네소타로 떠난 후 제럴드 레이어드 코치를 영입했다. 한국물정 모르는 외국인 코치가 있을 때 젊은 포수들은 코치보다 강민호의 노하우를 더 배우고 싶지 않을 까 싶다.
그래서 성단장은 안중열이나 지시완 두 선수로 시즌을 치른다는 것이 다른 팀 포수에 비해서 월등히 격이 떨어지고 위험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성단장이 추구하는 '미래의 롯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강민호를 포기했을 수 있다.
강민호를 못잡았을 수도 있다. 사실 강민호에게 롯데가 오퍼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민호가 원하는 돈과 기간을 맞춰주지 못했기에 강민호는 삼성에 잔류했다는 시나리오이다. 또한 KS무대를 단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강민호 입장에서는 꿈을 좇기 위해 롯데가 아니라 삼성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팬들이 모르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롯데 팬들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인 듯 하다.
“이게 프로입니까?”
[성민규 단장.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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