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빌라 매매량, 아파트 추월 ‘기현상’...13개월째 이어져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량이 아파트를 앞지르는 현상이 새해 접어들어서도 1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대출한도가 줄어든 서민들이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계약일 기준)는 1,447건으로, 아파트 매매(537건)의 약 2.7배에 달했다.

아직 거래 등록 신고 기한이 남아있다는 걸 고려하면 수치가 변동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빌라 매매가 아파트보다 많은 추세 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202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량은 월간 기준으로 빌라보다 통상 2~3배 많았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탓에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13개월 연속으로 빌라 매매량이 아파트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장기간 급등하며 피로감이 쌓인 데다,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압박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매 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의 경우 지난해 7월 4,703건 ▲8월 4,217건 ▲9월 2,705건 ▲10월 2,205건 ▲11월 1,371건 ▲12월 1,117건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1월 537건으로 뚝 떨어졌다.

서울 빌라 매매도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연속으로 감소(6,024건→5,492건→4,853건→4,519건→4,198건→4,139건→3,480건→3,340건→1,447건) 추세이긴 하지만 감소세가 아파트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이는 대출 규제에서 고가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빌라가 영향을 덜 받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월간 시세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은 12억 5,969만원인데 반해, 빌라 평균 매매가는 3억 4,55만원으로 아파트 값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신규 취급되는 대출은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DSR은 대출자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종류의 부채 원리금이 연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을 엄격히 적용하면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결국 정부의 대출규제에서 고가인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보다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무주택자가 매수하면 별도의 전세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빌라 매매>아파트 매매’ 현상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진:서울 서대문구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마이데일리 DB]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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