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KBO가 올 시즌 10개팀의 선수별 연봉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던 선수 4명이 나란히 KBO연봉 순위 2~5위에 랭크됐다.
올 시즌 연봉 1위는 알려진 대로 SSG 추신수가 차지했다. 27억원이다. 이 금액은 일찌감치 구단이 발표했기에 당연하다. 하지만 2위부터는 실력보다는 구단의 '꼼수'에 의해서 결정됐다. 2위부터 5위까지는 구자욱-한유섬-박종훈-문승원이다. 전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이다.
이같은 사실은 8일 KBO의 선수관련 업데이트 과정에서 밝혀졌다. KBO 메인페이지, 선수란, 선수등록 현황, 선수페이지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구자욱의 올시즌 연봉은 25억원으로 책정됐다. KBO리그 전체 선수 중 2위이다.
구자욱은 지난 주 삼성과 5년간 연봉 90억원 인센티브 30억원 등 총액 120억원에 계약했다.구자욱은 5년평균 18억이었는데 올 해 연봉이 무려 25억원에 이르렀다. KBO리그 선수들 가운데 두 번째로 연봉이 높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3위부터 5위까지는 SSG 선수들이 차지했다. 스토브리그 동안 비FA 다년계약의 물꼬를 텄던 SSG 선수들 가운데 한유섬이 24억원, 박종훈이 18억원, 문승원이 16억원이었다.
이들은 지난 해 12월 SSG와 다년계약을 했다. 박종훈은 총액 65억원(연봉 56억원,옵션 9억원), 문승원은 5년 총액 55억원(연봉 47억원, 옵션 8억원), 한유섬은 5년 총액 60억원(연봉 56억원, 옵션 4억원)이다.
이 다년계약의 맹점은 FA와 다르게 계약금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연봉이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이 됐다. 게다가 내년부터 프로야구에 샐러리캡이 도입된다.
샐러리캡은 맨 처음 미국프로농구 NBA에서 도입됐다. 돈 많은 구단이 돈을 앞세워 최고 수준의 선수를 독점함으로써 팀간 실력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KBO가 샐러리캡을 도입한 것도 이런 바탕에서 각 구단의 어느 정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다. 많은 연봉을 주는 부자 구단은 그에 따른 일종의 사치세를 내서 과도한 경쟁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삼성과 SSG는 이 제도를 악용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프로야구판의 꼼수가 또다시 드러나서 씁쓸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야하는 스포츠판에서 샐러리캡을 피하기 위한 ‘꼼수’ 이어서다. 특히 부자구단의 횡포여서 더더욱 그렇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자욱은 연봉 90억원 가운데 첫해에 25억원을 수령한다. 27.7%에 이른다. 그래도 구자욱은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올렸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물론 KBO 연봉 순위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3위는 한유섬이다. 올시즌 연봉이 24억원이다. 56억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이 올 해 가져간다.
박종훈의 연봉은 18억원이다. 5년 총액 56억원 가운데 32.1%이다. 문승원도 올해 연봉 16억원이다. 16억원은 삼성 오승환이 올 해 받는 연봉과 같은 액수이다.
지난 해 부상으로 수술을 해서 시즌 중반부터 도중하차했고 올 해도 시즌 개막후에 합류해야 하는 박종훈과 문승원이 연봉 4위와 5위이다. 이들이 왜 올 시즌 연봉 톱 5안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SG의 설명이 궁금하다.
샐러리캡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올시즌에 몰아서 줘 내년의 연봉을 줄이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안타깝게도 샐러리캡이 ‘돈질’하는 구단 때문에 시행도 하기 전에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어느 정도 공정하게,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 만든 제도이지만 이마저도 일부 부자구단의 돈질 때문에 무력화 되게 됐다.
[삼성-SSG 구단 로고.KBO 선수들 연봉 현황.]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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