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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철새 무리가 마치 건물이 붕괴되듯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이들 중 수백 마리는 주택 벽이나 길바닥에 충돌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멕시코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보기 드문 광경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8시 20분쯤 멕시코 북부 치와와주 알바로 오브레곤 지역 하늘에서 엄청난 규모의 시커먼 철새 무리가 땅으로 추락해 관련 당국이 조사를 벌였다.
마치 폭탄이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철새 떼는 전광석화처럼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이들 중 많은 새가 건물벽이나 땅과 충돌해 숨졌다.
지역 매체 ‘엘 헤랄도 데 치와와’는 죽은 철새가 인도에 깔려 빗자루로 쓸어 담아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멕시코 마을을 뒤덮은 이 새떼는 월동을 위해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남하한 겨울 철새 ‘노랑머리찌르레기’ 무리로 밝혀졌다.
현지언론은 철새의 떼죽음과 관련해 여러 추측을 제기했다.
특히 ‘엘 헤랄도 데 치와와’는 죽은 새들을 조사한 수의사 말을 인용해 “난방기에서 나온 유독가스를 흡입했을 가능성도 있고, 고압전선에 앉아 있다가 감전사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국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 리처드 브로턴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포식자를 따돌리려 급선회하다가 지면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브로턴 박사는 “영상에 잡힌 육식성 맹금류는 없지만, 상위포식자 공격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99%다”라고 확신했다. 송골매나 독수리 같은 육식성 맹금류는 마치 양 떼를 몰듯 찌르레기떼를 강제로 건물이나 땅 쪽으로 몰아넣는데, 멕시코에서 포착된 철새의 떼죽음도 같은 맥락일 거라고 설명했다.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교 보전생물학자 알렉산더 리스 박사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리스 박사는 “오염물질 탓일 것 같지만, 사실 일반적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리스 박사는 “빽빽한 대열을 형성해 움직이는 새 무리는 주변을 살피기보다 그저 앞에서 나는 새 움직임을 따라 비행하곤 한다. 그러다 포식자에게 쫓기면 제때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땅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가디언은 2019년 영국 웨일스주 앵글시섬에서도 찌르레기 225마리가 육식 맹금류에게 쫓기다 공항 활주로와 충돌해 죽은 바 있다고 전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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