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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중국사회 공분 부른 '쇠사슬녀' 발견 당시 모습. /펑황망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중국 장쑤(江蘇)성에서 지난달 말 발견된 쇠사슬에 묶인 여성이 농촌 인신매매로 5천 위안(약 94만원)에 팔려와 8명의 자녀를 출산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중국 당국이 23일 ‘펑(豊)현 8자녀 출산 여성’으로 이름 붙인 이른바 ‘쇠사슬녀’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가려졌던 '추악한 진실'이 마침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여성 인권침해, 인신매매, 정보은폐 등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한꺼번에 들춰낸 이 사건에 대한 14억 중국인의 분노가 올림픽 이후에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중국 당국이 인신매매 사실을 인정하고 관련 공직자 17명을 처벌하는 등 여론 진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중국의 한 블로거가 장쑤성 쉬저우(徐州)시 펑(豊)현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는 여성 양(楊)모(45) 씨를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또 같은 블로거가 양씨 남편이 그녀와의 사이에 8명의 자녀가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분노는 한층 더 확산했다.
사건에는 '8자녀 엄마 사건', '쇠사슬녀 사건' 등의 이름이 붙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 이처럼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는 여성이 존재했다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여성이 비인도적 처사를 당하는 동안 공권력이 무엇을 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중국 농촌에서 결혼하지 못한 일부 남성이 인신매매를 통해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상황을 당국이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던 문제가 이번에 제대로 불거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했다.
결정적으로 현지 당국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4차례 걸쳐 발표한 정보가 오락가락했던 것이 불신을 키웠다.
일례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현지 지방 정부 당국은 양씨에 대한 인신매매나 유괴가 없었다고 했다가 이달 10일에야 유괴 및 인신매매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분노의 목소리뿐 아니라 자성론도 제기됐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스키 여자 프리스타일 2관왕에 오르며 중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구아이링(미국명 에일린 구)에 열광하면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여성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와 구아이링의 차이가 400번 죽었다가 환생하는 거리라면 우리와 쇠사슬녀 사이에는 몽둥이 하나의 거리뿐", "쇠사슬녀가 우리와 관계가 없다면 구아이링의 금메달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등의 글이 온라인을 도배했다.
또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에 따르면 베이징대 학생 100명이 중앙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개 서신을 연명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지난 19일 칭화(淸華)대 법대 교수인 라오둥옌은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 계정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리고 여러 매체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현장에 갔지만 현지 당국이 방역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취재를 막았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사진설명 목에 쇠사슬 채워진 채 영하 날씨에 떨고 있던 중국 여성에 대한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결국 수사에 착수한 현지 공안 당국은 지난 10일 양씨 남편 둥(董) 모 씨(55)를 불법 구금 혐의로, 양씨를 납치해 팔아 넘긴 쌍(桑)모 씨(48) 부부를 인신매매 혐의로 각각 체포함으로써 인신매매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24일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장쑤성 당 위원회와 성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양씨가 1998년 3차례 걸쳐 인신매매를 당한 끝에 남편 둥씨와 함께 살게 됐으며 둥씨의 부친이 돈을 내고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쌍씨가 저지른 1차 인신매매때 양씨는 5천 위안(약 94만원)에 팔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 남편 둥씨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0년까지 8명의 자녀를 출산한 양씨는 장남은 조산사의 도움으로, 둘째와 셋째는 보건소에서 각각 낳았지만 셋째부터는 집에서 분만했고, 둥씨가 탯줄을 직접 잘랐다고 한다.
양씨는 또 2017년부터 조현병 증세가 나타났을 때 남편 둥씨로부터 쇠사슬로 목이 묶이는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조사 당국은 전했다.
양씨는 1977년 5월 13일 윈난(雲南)성 푸궁(福貢)현 야구(亞谷)촌에서 태어났으며 출생 당시 본명은 샤오화메이(小花梅)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양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면서 현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또 그동안 네티즌이 의문을 제기한 양 씨와 둥 씨의 결혼증명서 사진 속 여성과 양 씨는 동일 인물이고, 양 씨가 쓰촨(四川)성에서 실종된 여자 어린이 리잉(李瑩)은 아니라고 밝혔다.
당국은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직무유기, 허위정보 발표 등을 이유로 펑현 당 위원회 서기 등 17명에게 면직, 직위 강등 등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쑤성의 조사결과 발표는 중국 중앙CCTV 메인 뉴스인 오후 7시(현지시간)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소개됐고, 포털 사이트 등에서 관련 검색어 여러 건이 주요 검색어 리스트에 올랐다.
[사진설명: 중국 농촌의 여성 인신매매를 고발한 1989년 문학 작품 ‘오래된 죄악’ 표지. /바이두 캡처]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을 기다렸다 나온 당국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23일 1980~90년대 펑현이 속한 쉬저우 인근의 인신매매 조직의 실상을 샅샅이 파헤칠 것을 촉구했다.
특히 1989년 출판된 여성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 문학작품 『오래된 죄악』을 지적하며 당시 쉬저우 일대에서 인신매매로 팔린 여성만 수만 명이고, 택시 운전사 조직이 길가에서 부녀자를 납치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폭로했다.
둬웨이는 이러한 부녀자 납치가 횡행할 수 있었던 이유와 인신매매를 방관하거나 범죄를 돕거나 보호한 기층 관리나 상급 관리의 직무 유기를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30년 전 쉬저우의 추악한 죄악을 철저히 드러내고 관련 공직자를 처벌해야만 서구 언론의 비난에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중국공산당이 제시한 ‘국가 거버넌스 체계와 능력의 현대화 추진’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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