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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20일 춘천 하중도 남쪽 끝자락, 수변생태공원에는 5동의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가 2m 높이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농장으로 보이지만 비닐하우스 안에는 농작물이 아닌 수백개의 돌조각이 검은 차양막에 덮여 있는 중이다.
외형적으로도 비닐하우스는 앞뒤가 뚫려 외부의 비바람을 막을 수 없는 구조였다. 차양막은 군데군데 삭은 듯 변색돼 있었고 마른 풀들도 잔뜩 쌓여 있었다. 차양막 속의 돌무더기들은 사실 단순한 돌이 아니다. 최대 3,000년 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지석묘(고인돌)와 고구려 시대 돌덧널무덤(석곽묘·고대 상류계층의 무덤) 등이다.
본래 이 유물들은 레고랜드 개발 부지에 있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2013년부터 2017년 대규모 발굴작업을 통해 출토된 후 모두 해체돼 이 비닐하우스 안으로 쫓겨나다시피 옮겨졌다.
강원도와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레고랜드 개장과 동시에 유적공원과 박물관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적공원·박물관 건립 약속은 현재 헌신짝처럼 파기됐다. 당시 유물 발굴과 유적공원·박물관 추진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조차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더욱이 지석묘가 해체된 상태로 최대 8년, 최소 5년간 방치되면서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중도 유물발굴 자문위원, 강원도 유적공원·박물관 추진 자문위원을 맡았던 최병현 숭실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강원도와 중도개발공사의 유적공원, 유물박물관 건립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배신감을 넘어 지긋지긋할 정도”라면서 “중도개발공사는 1년 넘게 유적공원·박물관 자문회의를 열지 않은 적도 있었고 회의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어 전문가의 자문이 의미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체 후 옮겨놓은 지석묘 등은 원래 있었던 모양으로 다시 조립해야 해 각각의 돌에 넘버링 작업을 했으나 오랜기간 방치되면서 넘버링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고 결국 복원할 때 근거가 없어 본래 모양이 아닌 적당히 끼워 맞추는 복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장의 유적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관리하며 비닐하우스에 있지만 비를 막고 공기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 이끼 등이 끼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관계자는 “통풍이 가능하고 비바람을 막는 장치를 했으며 CCTV 등을 설치해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넘버링의 경우 지석묘에 직접 새겼기 때문에 훼손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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