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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배우 윤여정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속마음을 꺼냈다.
8일 밤 케이블채널 tvN '뜻밖의 여정'이 처음 방송됐다. '뜻밖의 여정'은 한국인 최초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고,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무대를 오른 윤여정의 오스카 여정을 매니저 이서진과 함께한 프로그램.
최근 애플티비+ '파친코' 공개로 바빴던 윤여정은 "생각해보니 이 나이에 이런 스케줄을 하고 있다는 게 말도 안 되더라. 미친 X다. 내 친구는 '윤여정이 60대에만 상을 탔어도 펄펄 날아다녔을 텐데'라고 했다"고 말했다.
새 숙소로 옮긴 윤여정은 한 달이 넘는 미국 일정 탓에 짐이 많았다. 그는 직접 주스를 만들어 먹기 위한 믹서기와 가습기, 스팀다리미 등 소형 가전을 LA 지인에게 맡겨두고 올 때마다 쓴다고 밝혔다.
나영석 피디는 윤여정의 매니저로 이서진을 섭외했다. LA에 도착한 이서진은 투덜거리면서도 한식당 예약, 짐 정리, 장보기 등 다양한 업무를 능숙하게 해냈다. 멜로즈 숙소에 들어선 그는 뛰어난 정보력도 뽐냈다. "6~70억 정도 하겠다. 이 집이 요즘 미국에서 짓는 모던하우스다"라며 감탄했다. 으리으리한 공간과 높은 층고, 환한 채광이 돋보였다. 하지만 윤여정은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가 큰 방이 무섭다"며 작은 곳을 원했다.
익숙한 사이인만큼 윤여정과 이서진, 나영석 피디 사이에서는 편한 대화가 오갔다. 윤여정이 "일하면서 한국어 못하는 미국계 한국인들을 많이 본다"고 하자 이서진은 "요즘은 선생님이 영어를 더 많이 쓰신다. 왜 이렇게 영어를 쓰시냐"고 물었다.
이에 윤여정은 "미치겠다. 사람이 그렇게 된다"라며 "영어 인터뷰하고 나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할 때가 있었다. 영어 해야 할 때는 한국어가 나오고, 한국어 해야 할 때는 영어가 나오더라. 나도 속상해 죽겠다. 너도 나처럼 늙어봐라"라고 답했다.
재치 있는 영어 소감과 위트로 화제를 모았던 윤여정에게도 '영어 스트레스'는 존재했다. 윤여정은 "내가 얼마나 영어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누가 한국어로 말했을 때 영어로 뭐였는지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나PD는 "그렇게 스트레스가 있는데도 통역 없이 나가신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특히 윤여정의 가방에서는 영어가 빼곡히 적힌 이면지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다름 아닌 인터뷰 예상 질문 리스트와 답변이었다. 영어 인터뷰에 대비해 미리 준비한 노력의 흔적이었다. 윤여정은 "늙은 내가 불쌍하지 않니" 너스레를 떨면서 "'파친코'가 일제강점기 얘기라 잘 말해야 하겠다 싶어서 인터뷰 준비를 했다. 영어를 써놓으면 좀 더 정리된다. 진짜 (인터뷰에서 실수할까 봐) 내가 너무 무서워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얘기는) 내가 47년생이니까 엄마한테 들었다. 엄마는 24년생이다"라며 "'태어나보니 일제강점기였다'를 인터뷰할 때 참 힘든 게 영어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영어를 잘하면 길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난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근데 이렇게 준비했는데 안 물어보긴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사진 = tvN '뜻밖의 여정' 방송 캡처]
오윤주 기자 sop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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