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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심준석의 볼이 김서현보다 낫다"
오는 9월 15일 열리는 2023 KBO 신인드래프트의 판도는 '특급 유망주' 심준석(덕수고)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최고의 선수를 지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2~3순번의 지명권을 보유한 팀의 경우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심준석의 행보에 따라 전체적인 드래프트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준석은 '최고 157km'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엄청난 재능을 타고났다. 오죽하면 지난해 KBO리그는 '심준석 리그'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심준석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심준석은 지난 7월 청룡기 마지막 등판에서 2⅔이닝 동안 투구수 49구, 3피안타 3사사구 3실점(3자책)으로 매우 부진했다.
드래프트가 임박한 가운데 자신의 가치를 드높여야 할 상황 속에서 뜻밖의 부진에 심준석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심준석은 "이런 식이면 미국도 못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치가 많이 떨어졌을 것 같다.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스스로에게 실망이 크다. 청룡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라며 뜻밖의 발언을 남겼다.
심준석이 고민에 빠질만한 이유는 있다. '초고교급'으로 불리던 심준석은 올해 10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21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63을 기록 중이다. 빠른 볼을 던지는 재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구 난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심준석은 대통령배(8월 1일 시작)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입장. 하지만 드래프트를 앞둔 마지막 대회인 대통령배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KBO리그 드래프트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준석이 주춤하는 사이 '최고 155km' 김서현(서울고)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김서현은 청룡기 마지막 등판에서 5⅓이닝 동안 투구수 87구, 7피안타 2볼넷 6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한 뒤 "한국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는 것이 나만의 방식이다. 어떤 팀이든 지명을 해준다면 가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KBO 드래프트 참가를 공언했다. 김서현은 U-18 대표팀에도 당당히 승선했다.
두 '특급 유망주'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지만, 관계자들의 평가는 변함이 없는 모양새다. KBO리그 A구단의 스카우터는 "김서현이 제구면에서는 심준석보다 나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서현은 빠른 볼과 변화구를 던질 때 자세가 일정하지 않다. 프로에서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서현은 직구를 던질 때와 변화구를 던질 때 투구폼에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 폼과 팔 각도는 자연스럽지만, 변화구를 구사할 때는 누가 보더라도 티가 날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투구폼에 변화를 가져가면 해결될 사안이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릴리스포인트와 밸런스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B구단 관계자도 심준석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청룡기의 모습이 심준석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심준석과 김서현을 오래 봐왔지만, 빠른 볼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심준석이 김서현보다는 더 낫다"며 "그래도 심준석이 고교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평가는 평가일 뿐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대통령배가 끝난 뒤 심준석의 행보는 물론 KBO 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 김서현이 '라이벌'을 제치고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덕수고 심준석(좌)과 서울고 김서현(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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