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괜찮습니다. 더 던질 수 있습니다'
6회말 2사 1루 두산 안권수 타석 때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이 마운드에 올라 선발투수 수아레즈의 상태를 점검했다. 수아레즈는 이미 109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박진만 감독대행에게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112구째 투구에서 154km를 찍는 역투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삼성 라이온즈 알버트 수아레즈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 등판해 6이닝 4안타 3볼넷 2실점 퀄리티스타트 투구를 선보였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마음가짐이 달랐다. 1회말 등판하기 전 더그아웃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며 새로운 감독과 함께 꼭 승리하자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잘 던지고 잘 막아도 타선이 침묵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삼성은 이날 8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얻고도 1득점에 그쳤다. 김재성이 3안타를 치고 강한울이 멀티히트로 찬스를 만들어도 중심 타자들이 모조리 침묵하니 답이 없었다. 무려 10개의 잔루를 남긴 고구마 중심 타선이었다.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은 데뷔전에서 파격 라인업으로 승부를 걸었다. 대타나 대주자로 출전하던 강한울을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시켰고 포수 김재성을 7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구자욱의 4번 배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구자욱은 올 시즌 4번 타자로 뛴 경기는 3경기뿐이었다. 대부분 경기에서 2번 타자로 띈 선수지만 그를 믿었다. 하지만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박진만 감독대행의 예상대로 4번 타자 구자욱에게 많은 찬스가 왔다. 3회 강한울의 안타와 피렐라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 찬스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침묵했다. 그리고 7회 2사 1.2루의 결정적인 순간에서도 2루수 땅볼로 고개를 떨궜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가 침묵하니 이길 수가 없는 경기였다. 삼성은 지난겨울 2023시즌 FA인 구자욱과 5년 총액 120억 원(연봉 90억 원, 인센티브 30억 원)에 다년 계약을 맺어 붙잡았다.
2012년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일찌감치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5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7시즌 동안 타율 0.315, 118홈런 562타점 104도루에 장타율 0.512, 출루율 0.382로 OPS 0.894로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부상으로 50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274 2홈런 23타점 6도루 장타율 0.382 출루율 0.322 OPS 0.704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제2의 이승엽'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그는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하지만 대규모 다년 계약을 맺은 첫해부터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고 있다. 야구 성적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120억 원 초대형 계약 후 첫 시즌부터 부상에 허덕이며 일각에서 '먹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연봉은 선수의 가치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지표 중 하나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활약을 보여주어야 하는 게 프로다. 그렇지 않으면 '먹튀'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자욱은 '먹튀'인가?
[120억 원 다년 계약 첫해 부상에 허덕이며 커리어 로우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 구자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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