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시즌2요? 출연 배우로서 조심스럽지만, 부르면 얼마든지 갈 의향이 있습니다."
강기영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만나 케이블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의 편견,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우영우의 도전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내 큰 사랑을 받았다.
극 중 강기영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한바다 로펌의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 역을 맡았다. 정명석은 프로페셔널한 엘리트지만 인간적인 빈틈을 허용할 줄 아는 포용력 있는 인물. 이상하고 엉뚱한 우영우와 유쾌한 멘토-멘티 케미스트리를 뽐내며 그의 로펌 인생은 격하게 요동친다.
이날 강기영은 "그냥 시원섭섭한 게 아니라 '섭섭섭섭'한 것 같다. 반응도 너무 좋았고 시청자들이 남녀노소 너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방송 이후에 나갈 기사들이냐"고 다시 한번 확인한 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6월 첫 방송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회 시청률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으나 3회 만에 4%를 돌파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9회의 15.8%다. 신생 케이블채널 ENA의 두 번째 드라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록들이다.
강기영은 "너무 신생 채널이라서 기대했냐고 물어보면 못 했다고 할 것 같다. 엄청난 성과로 ENA라는 채널을 부각시켰으니까 너무 뿌듯하다. '내가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여태 한 드라마에 다 애정이 있지만 '신드롬'이라 불리며 이슈가 쏠리는 작품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그 갈증을 '우영우'와 ENA가 풀어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기대는 했는데 이렇게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의 바람이 불 줄은 몰랐다. 어제도 촬영하고 짬뽕을 먹으러 갔는데 뒷자리에서 "내일 '우영우'나 봐야겠다' 그런 이야기가 들렸다. 사인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확실히 진짜 관심이 많으시고 많이 보시는구나 체감하고 느끼고 있다"며 덧붙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지난 2019년 종합편성채널 JTBC '열여덟의 순간' 이후 약 3년 만의 안방 복귀작이기도 하다. 촬영을 마친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다 보면서 의도치 않게 휴식기도 가졌다. 그런 강기영에게 명랑하고 재밌는, 기분 좋은 대본이 찾아왔다. 끊어가는 에피소드 형식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출연하고 싶은 마음을 감독과 작가에게 어필했고 그렇게 강기영은 정명석이 됐다.
우영우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만큼 그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강기영은 "너무 걱정하면 도저히 생각이 안 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변호사로만 봤다"며 "실력으로 검증하고 정명석의 편견이 금방 깨진다. 정명석과 로펌에 가장 중요한 건 의뢰인의 승소다. 그런 것만 봤을 때 우영우 변호사는 너무 잘했다. 또 너무 갇히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정명석은 '유니콘 상사', '서브 아빠'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강기영은 "'서브 아빠'라는 단어는 정말 처음 들어봤다. 좋은 의미고 따뜻한 의미니까 만족스럽다.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라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분명히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연기했다"며 뿌듯하게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은빈 씨한테 진짜 많이 배웠다. 애티튜드가 너무 훌륭한 배우다. 나보다 어린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경력도 오래됐고 아주 숲을 보는 친구더라. 나는 나무만 보는데. 많이 배웠다. '서브 엄마' 같았다"며 깨알 같이 칭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강기영은 워커홀릭 정명석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여행도 좋아하고 자신의 삶을 좋아하는 강기영과 달리 정명석의 살아가는 원동력은 일이었던 것 같다고. 그는 정명석의 갑작스러운 위암을 일만 추구하다 보니 정작 소중한 걸 놓쳤다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정명석의 이혼 또한 전처 최지수(이윤지)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정명석이 기혼인지 미혼인지 많은 분이 물어보셨는데 이걸 궁금해 하실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그 정도로 캐릭터를 애정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기혼자로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남겨져 있는 사람들은 다 챙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하는 이야기지만 나의 반을 버렸을 때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명석이가 소소한 행복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베스트 에피소드로 '방구뽕'을 뽑은 강기영에게 또 다른 에피소드를 뽑아달라 부탁하자 '황지사'를 꼽았다. 시니어 변호사로서 활약하며 정명석이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 우영우의 활약을 베이스에 깔면서도 시니어 변호사로서의 구력을 보여준 에피소드에 그는 만족감을 표했다. 그 때문인지 정명석을 연기하며 아쉬웠던 부분 또한 초반 법정 신을 이야기했다. 너무 긴장도 많이 했고 법률 용어도 처음 써봤다. 틈만 나면 재촬영을 감독님께 물어보고 싶었다. 스스로 보기에도 불편해 보였지만 촬영이 진행되며 한바다 사람들과 케미스트리가 맞으니 저절로 편해졌다.
강기영은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친구들이 다 너무 재밌다. 너무 다 웃기고 재밌고 쉴 틈이 없었다. 장난치느라 연기 외에도 너무 힘들었다. 은빈 씨도 낯가리고 소극적일 수 있는데 너무 잘 섞였다. 카메라 밖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다"며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주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우들이 주목받았다. '서브 아빠' 정명석은 물론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과 '권모술수' 권민우 등 캐릭터 하나하나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하는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출연자 부문에 총 6명의 출연진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기영은 "배우들끼리 그냥 정말 꿈꾸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이라는 생각이었다. 주종혁 그러니까 '권모술수' 권민우에게 장난으로 '너는 이렇게 좋은 작품이 너무 빨리 왔다'고 하기도 했다"며 "조금 더 어린 강기영이었으면 들떴을 것 같다. 40대가 아니고 가장이 아니고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강기영이었으면. 그래도 흥행작이 중간중간 있어서 들뜨다 내려오기를 몇 번 하다 보니 평정심을 갖는게 가장 중요하더라. '우영우'의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 차분해질 테니 너무 흥분하지 말고 앞으로 하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차분히 답했다.
"'우영우'를 통해서 관심을 많이 받게 됐잖아요. 이런 건 처음인데…. 배우라는 업을 하는 입장에서 계속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가장 중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게 배우 강기영의 목표에요. '우영우'가 고마운 점이 스펙트럼을 넓히는 포문을 열어줬어요. 변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중학교 2학년. 배우라는 꿈에 대한 강기영의 첫 기억은 그때로 올라갔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친구에게 '나 연예인 할 거야'라고 말했던 그때. 스스로 생각해도 형편없고 키도 작고 빼빼 말랐던 때의 강기영. 그리고 강기영은 남들보다 2년 늦게 시작한 대학 입시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유명해지고 싶었다. 이게 정말 솔직한 대답이다.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잘하는지도 몰랐다. 시키면 그냥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해보니까 아니더라"며 "내가 해야 하는 게, 못하는 게 많았다. 허황된 자신감이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면 원동력 아닐까. 깨져도 보고 실패도 하면서 많이 다듬어지고 배운 것 같다"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지향점이요? 그냥 늘 친근하게 다가갔던 것 같거든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예능을 할 때도 그렇고. 그렇게 계속 비춰졌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이 하는 건 너무 편하게 볼 수 있다고. 그렇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9년 연극 '나쁜자석'으로 데뷔한 14년 차 배우. 케이블채널 tvN '고교처세왕' 조덕환, '오 나의 귀신님' 허민수, '싸우자 귀신아' 최천상,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유식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뽐낸 배우. 배우 강기영은 "항상 재밌는 역할 갈증. 인물의 서사가 많이 늘어니진 않고 재밌는 역할을 했다. 배우로서 당연하지만 그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되고 싶다. 주연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끌어가보고 싶다"며 욕심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라는 드라마에서 악역을 했었어요. 기존에 재밌는 역이랑은 다르더라고요. 눈빛 하나도 서늘하게 봐주시고. 그런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지금 약간 서늘한 느낌의 역할도 제안이 와서 검토 중이에요. 결정을 한 건 아닌데 호기심이 생겨요.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숙제 같기도 하고. '해봐도 되려나?' 뭐 이런 상황입니다. 하하."
그래서일까. 인터뷰의 끝자락, 강기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계속 이야기했지만 기회를 더 많이 받게 된 작품인 것 같다. '강기영이 이런 것도 하나?', '저런 것도 기대를 해보고 싶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다양한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저 친근하지만은 않은"이라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사진 = 나무엑터스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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