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J가 없는데 J가 있다?
사실이다. KIA 필승계투조의 자랑 트리플J는 마무리 정해영, 메인 셋업맨 전상현, 그 앞을 책임지는 장현식이다. 이들은 7월 말부터 팔꿈치 및 어깨 통증으로 차례로 1군에서 제외됐다. 그나마 장해영이 곧 돌아올 전망이다.
정해영이 돌아와도 KIA 불펜의 비상상황은 계속된다. 전상현과 장현식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이번달에 여실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요즘 KIA 불펜은 사실상 필승조와 추격조 구분이 없다. 상황과 컨디션, 데이터에 따라 움직인다. 안정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최후의 보루는 있다. 좌완 이준영이다. 올 시즌 53경기서 1승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1.42. 트리플J가 있을 때도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맹위를 떨쳤다. 트리플J가 사라지면서 전방위 맹활약을 펼친다.
2015년 2차 4라운드 42순우로 입단한 뒤 최고의 시즌이다. 피안타율(0.193), WHIP(1.30) 모두 데뷔 후 가장 좋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1.7km에 불과하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단순한 조합이긴 하다. 그래도 왼손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일품이다.
작년에는 커브, 체인지업, 스플리터도 살짝 섞었으나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에 집중한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작년 0.233서 올해 0.179로 뚝 떨어졌다. 반면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작년 0.209서 올해 0.226으로 오히려 살짝 올랐다. 그만큼 올해 슬라이더가 예리하다.
이준영은 급기야 20일 수원 KT전서 8회말 무사 1,2루 위기서 2이닝을 삭제하고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과 몸쪽 패스트볼을 과감하게 꽂으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준영의 우타자 피안타율은 0.280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그러나 표본이 많지 않다. 트리플J가 차례로 돌아와도 컨디션과 경기력은 꾸준히 체크해야 한다. KIA로선 트리플J의 부상을 계기로 이준영의 역할 확대도 고려해볼 만하다. 원 포인트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1이닝 내외를 책임지는 셋업맨이 되면 필승계투조 운영은 한결 여유가 생긴다.
KIA는 좌완 왕국으로 거듭날 조짐이다. 기존 양현종과 이의리에 장기적으로 곧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김기훈, 신인 셋업맨 최지민에 9월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한 초고교급 좌완 윤영철까지. 이들 중 누군가는 이준영과 불펜에서 합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돼야 이준영의 가치도 더 올라가고 효율적으로 관리도 할 수 있다. 알고 보면 이준영은 올 시즌 KIA 마운드의 최대 수확이다.
[이준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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