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사이타마(일본) 이현호 기자] 비셀 고베 베테랑 수비수 마키노 토모아키(35)가 전북 현대전에서도 자신만의 루틴으로 정신을 무장했다.
비셀 고베는 22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전북 현대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을 치렀다. 비셀 고베는 2년 만에 8강에 올랐고, 전북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강에 진출했다.
킥오프에 앞서 양 팀 22명 선수들이 각 포지션에 맞게 자리를 찾아갔다. 현장 중계 카메라는 고베의 마키노를 원샷으로 잡았다. 마키노가 경기 직전에 항상 하는 의식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마키노는 오른손으로 가슴을 수차례 두드린 뒤 왼손바닥을 보고 주문을 외웠다.
사이타마 스타디움 대형 전광판에 마키노의 독특한 루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 현지 팬들은 마키노가 전광판에 잡힐 걸 예상했는지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스크린 영상을 촬영했다.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마키노를 찍는 관중도 여럿 있었다.
처음 보는 이들은 다소 무섭게 생각할 수 있다. 마키노의 진지한 표정과 동작이 종교의식이나 주술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혹은 전쟁에 나가는 전사의 전투 의식으로 보일 수 있다. 팬들은 ACL에서 마키노의 루틴을 볼 때마다 “악마를 부르는 것 같다”, “뉴질랜드 럭비 팀의 의식을 보는 것 같다”며 궁금해했다.
마키노는 AFC와 나눈 인터뷰에서 해당 루틴을 설명했다. 그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최면을 거는 의식이다. 상대 공격수가 드리블해서 다가올 때 그 선수의 발과 복부를 보면서 수비하는데, 내 왼손을 상대 공격수라고 생각하고 자기 최면을 건다. 주문 내용은 ‘내가 저 공격수보다 훨씬 강하다. 다 막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들려줬다.
마키노의 이와 같은 의식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에서 관심을 받는 퍼포먼스다. 마키노는 산프레체 히로시마, 우라와 레즈를 거쳐 비셀 고베에서 뛰고 있는데, 이 3개 팀에서 모두 ACL에 출전했다. ACL 무대를 7시즌 동안 밟았고 총 55경기 출전해 5골 1도움을 올렸다. 대부분이 우라와 레즈 시절 기록이다. 마키노는 매경기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선보였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자주 나왔다. 마키노는 만 22세이던 2010년에 일본 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 데뷔했다. 통산 출전 기록은 38경기 4골 2도움이다. 2011년 벌어진 ‘삿포로 참사’ 한일전에 출전했다. 2013년과 2015년 동아시안컵 한일전에도 나왔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폴란드전을 풀타임 소화했다.
마키노는 ACL 우승에 진심인 선수다. 우라와 레즈에서 최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로부터 연봉 50억 원이 넘는 초대형 제안을 받았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우라와 레즈에서 ACL 우승을 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마키노는 2017시즌에 우라와에서 ACL 우승컵을 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ACL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비셀 고베는 이날 전북 현대에 1-3으로 역전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셀 고베를 꺾고 4강에 올라간 전북은 25일 저녁 7시 30분에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우라와 레즈와 격돌한다.
[사진 = AFC 중계화면, AFPBBnews, 비셀 고베]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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