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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분간 짧은 통화를 나눴다. 이진복 정무수석이 민주당 대표 선출을 축하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이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연결된 통화였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빠른 시간 내 만날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의기투합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윤 대통령은 “당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도울 일이 있으면 저도 돕겠다”고 화답했다. 협치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일었다.
그러나 지난 1일 이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등기로 배달된 한 장짜리 검찰 출석요구서는 여야 협력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이날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개막하는 날이었다. 게다가 출석요구서는 지난달 31일 작성된 것이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통화 바로 다음 날이었다.
국회는 전쟁터로 바뀌었다. 민주당에서는 “선전포고”(정청래 최고위원)라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전쟁은 맞는데, 범죄와의 전쟁”(권성동 원내대표)이라고 맞받았다.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검찰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이 대표 소환통보는 돋아나던 협치의 싹을 밟은 격이 됐다.
검찰은 법적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9일)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서면답변 제출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라 소환통보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이 대표에게) 충분하게 진술하실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그럼 야당의 축제이고 잔치인 전당대회 기간에 소환해야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나, 정기국회나 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시점은 정치적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이 기계적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공개 방문조사 등 거대 야당 대표를 충분히 예우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했다면 국회 파행과 같은 정치적 손실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2008년 2월 BBK 의혹을 수사하던 정호영 특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조사했다.
이 당선인을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으면서도 부실한 서면조사라는 비난은 피할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2012년 2월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접견실에서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이 대표 소환통보는 지극히 모욕적인 수사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하는 기류가 있다. 한 중진의원은 “혐의가 있으면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조사 시점이나 방식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검찰이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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