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은 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KBO리그 최고투수의 경쟁력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확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KBO는 지난 18일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명단을 발표했다. 2~4차전을 치르는 팀 코리아와 1차전만 치르는 팀 KBO로 구분했다. 팀 코리아는 사실상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국계 외국인선수만 빠졌다고 보면 된다. 실제 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팀 코리아 명단에는 올 시즌 KBO리그애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 미래가 창창한 선수들이 두루 포함됐다. 이 명단에 들어온 모든 선수가 내년 WBC에 나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KBO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명단에 안우진이 빠진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KBO리그 최고투수가 월드투어에 나가 자신과 KBO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나아가 내년 WBC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국 KBO가 안우진의 과거 어두운 이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우진은 규정상 WBC 대표팀 발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MLB 월드투어 출전 역시 출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거 학폭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대표팀 운영을 주관하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 나갈 수 없을 뿐이다.
물론 추후 WBC 대표팀을 추리는 과정이 남아있다. 안우진이 월드투어에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내년 WBC에 못 나가는 게 확정된 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여론을 의식한다면, 내년 WBC 대표팀이라고 달라질지 의문이다.
안우진을 두고 과거 학폭 피해자와 합의 및 화해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걸 중요한 대목으로 생각할 수는 있다. 더 중요한 건 안우진은 각종 징계를 소화했고, 충분히 반성하며 선수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팬 역조공’을 하는, 팬 퍼스트 마인드가 훌륭한 선수이기도 하다. 안우진을 응원하는 팬도 많다.
참고로 2015년 원정도박 스캔들에 연루된 오승환과 임창용이 2017년 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두 사람은 벌금형을 받았으며, 당시 기준으로 KBO 징계(시즌 50% 출장정지)조차 소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안우진이 내년 WBC 대표팀에 뽑히지 않으면 2017년 대회와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한국야구는 세계최고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가름하는 기회를 날리게 된다. 안우진도 엄연히 한국야구 최고의 자산이다. 어차피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못 나가는 선수다. 만약 WBC 대표팀 선발까지 막는다면 ‘재능낭비’다.
또한, WBC는 다른 국제대회보다 선수 개개인의 출전의사가 존중되는 무대다. 국위선양보다 개개인의 비즈니스에 기반한 결정을 내려도 용인되는 대회다. 심지어 다중국적자의 경우 국적까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안우진은 지난 8월 인터뷰서 WBC 참가를 기대한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다. 올해 갑자기 196이닝을 소화한 에이스다. 자신의 건강만 생각했다면 몸을 사려도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 봉사할 준비가 돼있다. MLB 월드투어 불참도 안타깝다. 정말 내년 WBC에 못 나가도 괜찮은 것일까. WBC 기술위원회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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