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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제안을 두고 여야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침몰'과 '촛불'이라는 단어까지 사용,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하며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이름과 얼굴 공개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패륜적 정치기획" "미친 생각" 등의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쟁은 이 대표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국민이 분향을 하고 애도를 하는가.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되겠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의 제안이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라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때 국가보훈처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대법원이 이를 정당한 결정으로 판결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의 명단도 비공개가 정당하다면, 유족 대다수가 원치 않는 이태원 희생자 명단은 왜 공개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며 "국가적 참사와 비극을 매번 당리당략에 이용하려는 나쁜 습성을 당장 버리길 바란다. 패륜을 멈추고 국민을 섬기는 공당의 금도를 지키라"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희생자들의 인권을 침해해서라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패륜적 정치기획이다. 이태원 참사를 아무리 '세월호'로 만들려고 해도 이제 국민들은 속지 않는다"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친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11일 YTN라디오에서 "최근에 나온 희생자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자 (제안은) 미친 생각"이라며 "이거 가능하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대장동 의혹 수사가 속도를 내니까 (민주당이)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차원에서 계속 이태원 참사 이슈를 끌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자기 자녀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는 정치권의 압박, 무서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추진에 함께한 정의당마저도 명단 공개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8일 CBS라디오에서 "그분들의 명단을 다 공개하자는 얘기를 외부인이 먼저 한다? 이거는 정말 적절하지 않은 생각"이라며 "이 사건의 피해 당사자들과 유족들의 의지와 의견으로 일들이 시작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지난 10일 MBC라디오에서 "유족들의 총의가 모여서 진행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정치권이 앞서 (명단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슬픔에 빠진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비판이 끊이질 않는데도 이 대표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제안을 '패륜'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을 겨냥,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애도하는 것이 패륜인가. 고인의 영정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인가"라며 "참사를 정치에 악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정쟁에만 매몰되면 상식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참사 앞에서도 이러면 도대체 어떡하느냐며 "(국민의힘이) 국면 전환을 위해 애쓰는 것 같은데 제발 다른 것 신경 쓰지 말자. 지금은 참사의 진실을 밝힐 시간이고, 유족과 피해자분들을 사회적 연대의 힘으로 끌어안아야 할 시기"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조차 "명단 등의 공개는 도의적으로도 불가하다"는 의견이 공개적으로 나온 바 있다.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 7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피해자 명단과 사진 공개를 요청하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에 휩싸이자 "저는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이 시대에는 불가능하고, 도의적으로도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단 공개 논의가)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당직자가) 그런 제안을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면서 "그런 의견을 논의하는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당의 입장을 뒤집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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