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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이지혜 기자] 중남미 이민 희망 가족이 미국 국경 장벽 앞에서 최루탄 연기에 쫓겨 달아나는 절박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을 지난 2019년 수상했다. 로이터통신 김경훈 사진기자가 그 주인공으로 한국인 첫 수상이었다.
그의 에세이집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가 최근 출간됐다.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프로젝트는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국경수비대에 잡혀 수용소에 갇힌다든가 강제 추방당한다든가, 부모와 헤어졌던 아이가 가족과 다시 만난다든가 하는 상황을 담은 장기간 취재였다.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취재했는데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나?”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 그는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한 끔찍한 모습이 뇌리에 박혀 오랫동안 괴롭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한다.
또한 미나마타병으로 수은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취재하며 진심이 통하는 적당한 거리를 고민하고, 이재민이 됐지만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좌절 뒤에 오는 희망을 보고, 휠체어 댄서로 활동하는 감바라 씨를 보며 본인의 편견을 반성한다.
다시 함께 웃을 수 있으려면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록하는 것이 해야 할 일임을 깨닫고,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을 감내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묵묵히 취재에 임한다.
쓰나미로 폐허가 된 인도네시아 반디아체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살아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새로 시장을 열고 다시 마을을 만들고 삶을 이어갔듯, 절망 속에 계속 주저앉을지 희망을 보고 앞으로 나아갈지는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경훈 기자는 “사진기자 일을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제가 하는 일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었다”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일. 그리고 사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잘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재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게 되고, 중요한 순간을 놓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다른 기회를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됐다”며 “매일 꾸준히 취재를 해왔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일들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진 상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사진=이지혜 기자]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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