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카타르 도하의 튀르키예 음식점에서 한국 축구선수 이름을 들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18일(현지시간) 낮 도하 알사드 지역의 한 케밥 식당을 찾았다. 이 케밥집은 기자단 숙소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중동의 뜨거운 햇살을 필터링 없이 맞으며 15분 동안 걸어가니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메뉴판을 보고 ‘BEST’가 적혀있는 케밥을 종류별로 포장 주문했다. 식당 내부에서 기다릴 생각이었으나 조리 열기 때문인지 실외보다 더웠다. 밖으로 나와 그늘에서 기다렸다. 그나마 덜 더웠다. 지나가는 차를 보며 “한국차가 많이 돌아다니네”라고 동료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덥고 심심했다. 카운터에서 포장 주문을 기다리며 직원 A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축구 좋아하세요?” A 직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당연히 좋아하죠”라고 했다. 그리곤 “한국에서 온 기자 맞죠? 김민재 잘 있어요?”라고 물었다.
김민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주축 수비수다. 2021년 여름부터 2022년 여름까지 튀르키예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다. 페네르바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이탈리아 명문 나폴리로 이적했다. 페네르바체를 떠난 지 4개월 됐다.
A 직원의 입에서 먼저 “김민재”라는 소리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기자는 “김민재를 어떻게 알아요?. 혹시 페네르바체 팬이에요?”라고 물었다. A 직원은 대답하지 않고 카운터 옆 서랍을 열었다. 그리곤 흰색 머그컵을 꺼냈다. 머그컵에는 알파벳으로 ‘fenerbahce(페네르바체)’가 적혀있었다.
가볍게 물어본 말이었는데 A 직원은 ‘축구 찐팬’이었다. 게다가 페네르바체 골수팬이었다. 머그컵을 돌려보며 “예쁘네요”라고 하자 “선물이에요. 가져가세요”라고 했다. 그리곤 한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김민재를 우리 식당에 데려와 주세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알겠어요. 만나면 말해볼게요”라고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 직원은 이 케밥 식당의 전단지를 기자 손에 쥐어줬다. 김민재에게 전달해달라는 뜻이었다. 전단지 상단에는 식당 이름인 ‘Marmara Istanbul Restaurants’가 적혔고, 그 아래 5개 지점 연락처도 있었다. 그중 ‘알사드(Al Sadd)’ 지점에서 이 A 직원을 만났다.
기자가 A 직원과 밝게 대화를 나누자 다른 직원들도 몰려들었다. 이들은 “저희도 페네르바체 팬이에요. 김민재가 페네르바체를 떠나 아쉽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잘했으면 해요. 튀르키예는 월드컵 예선에서 떨어졌으니, 김민재가 있는 한국을 응원할게요”라며 기자에게 단체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위아 더 월드’ 기념사진을 남기고 기분 좋게 포장 음식을 건네받았다.
포장 음식과 머그컵, 전단지를 챙겨 숙소로 돌아오니 선배 기자가 물었다. "그건 또 뭐야?" "케밥집 사장님이 주셨어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상황을 설명하니 "넌 참 별 일을 다 겪는다. 밥이나 먹자"며 포장을 뜯었다. 케밥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사진 = 이현호 기자]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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