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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0억원에 눈물 흘린 게 1년 전이었는데…
키움은 2021-2022 FA 시장에서 골수 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와 다름없는 ‘국민거포’ 박병호를 FA 시장에서 붙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3년 30억원에 KT행을 택했고, 올해 홈런왕에 오르며 부활 드라마를 썼다.
팬들이 아쉬워했던 건 키움의 박병호 협상 스탠스. 당시 구단은 박병호를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았다. 시종일관 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하다 적극적으로 다가선 KT에 주도권을 내줬다. 박병호가 비록 2020~2021시즌에 부상과 부진으로 예전만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키움의 스탠스가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당시 구단은 끝내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30억원이 없어서 박병호를 붙잡지 못한 건 아니었다. 결국 박병호를 포기하더라도 대체자들로 팀을 잘 꾸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봐야 한다. 키움은 보상금 22억5000만원까지 챙겼다.
1년이 흘렀다. 키움의 FA 시장 스탠스는 1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 잡고 싶은 FA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잡아낸다. 이번에도 내부 FA 정찬헌과 한현희에겐 미지근한 반응이다. 그러나 이번엔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올 시즌을 치르며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도 확인했고, 발표하지 않았을 뿐 방출생 투수들도 영입한 상태다.
키움은 2011년 11월 이택근에게 4년 50억원을 투자한 이후 11년만에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했다. 1명도 아니고 2명이다. 우완투수 원종현을 4년 25억원, 우타자 이형종을 4년 20억원에 각각 데려왔다. 젊은 불펜의 기둥과, 부족한 우타 파워를 확실하게 보강했다. 심지어 둘 다 옵션 없는, 보장계약이다.
이택근도 구단 사정상 LG로 트레이드 했다가 찾아온 성격이 강했다. 사실상 2008년 창단 후 외부 FA를 처음으로 데려온 것이나 다름없다. 올 시즌 예상을 뒤엎고 페넌트레이스 3위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간판스타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큰 2023년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가겠다는 의지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가면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즉, 키움도 우승을 할 수 있을 땐 화끈하게 투자할 수 있다는 걸 팬들에게 보여준 2022-2023 FA 시장이다. 곧 공개될 방출생 투수들은 경험이 풍부하거나 장점이 확실한 유형이다. 100억원, 200억원 넘게 쓴 건 아니지만, 키움도 이번 FA 시장의 당당한 승자다.
여기에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에게 신규 외국인선수 최대 금액 100만달러를 쐈다. 후라도는 패스트볼 최고 155km를 뿌린다. 그동안 구위형보다 피네스 피처, 4~50만달러 안팎의 가성비 투수를 주로 뽑았던 것과 확연히 다른 행보다.
키움은 에릭 요키시, 야시엘 푸이그와의 재계약도 선택지에 있다. 단, 푸이그는 최근 불거진 위증, 도박 혐의 관련 이슈의 해결이 우선이다. 요키시와 푸이그를 다시 붙잡으면 외국인선수 샐러리캡(재계약 2명이니 420만달러)을 꽉 채울 가능성이 있다. 설령 이들과 재계약이 불발되더라도 빅네임 외인 영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례 없는 화끈한 투자다.
이정후가 1년 뒤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다시 본래의 기조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 가지는 확실하다. 키움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원하며, 대기업 구단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 팬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위에서부터 이형종, 원종현, 후라도. 사진 = 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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