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16년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결승전. 한 남자는 1번 키커로 나와 실축했다. 기선제압에 실패한 아르헨티나. 결과는 칠레의 우승.
이후 그 남자는 아르헨티나의 '역적'으로 몰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 2015 코파 아메리카에 이어 2016 코파 아메리카까지.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문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우승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했고, 이 책임을 짊어지고 고통받아야 할 희생양이 필요했다. 역적을 만들어야 했다. 그들이 지목한 이가 바로 그 남자였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스타였다. 소속팀에서는 이룰 수 있는 모든 업적을 일궈냈다. 리그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또 각종 득점왕 기록도 갈아치웠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는 그의 품에 가장 많이 안겼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진 그 남자.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돈을 많이 받는 클럽에서만 열심히 뛰고 대표팀에서는 대충 뛴다"고 힐난했다. 일부 아르헨티나의 축구팬들은 그의 대표팀 유니폼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또 대표팀을 떠나라고 소리쳤다. 화살은 그의 가족에게까지 향했다.
그 남자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욕과 비난으로 돌아올 때 상처를 받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다. 이런 일이 또 벌어져 슬프다. 4번이나 결승에 갔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이제는 떠나야 할 때다. 내 대표팀 커리어는 끝났다."
정말로 그가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축구팬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그러자 분위기는 바로 급반전됐다. 그가 진짜 은퇴를 선언할지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아르헨티나 국민 전체가 그의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은퇴를 반대하며 거리로 나섰고,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은퇴를 만류하고 나섰다.
조국의 부름, 팬들의 바람에 그는 은퇴를 번복했다. 다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그 누구도 아르헨티나 대표팀 경기에 나선 그를 강하게 비난하지 않았다.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아서 그런 걸까. 그는 대표팀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역적은 조금씩 다시 영웅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흘러 2021 코파 아메리카. 그는 다시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최대 라이벌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1-0으로 이겼다. 우승이었다. 그에게 통한의 한이었던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순간이다. 역적이 영웅으로 바뀌는 결정적 순간이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 충격패를 당하며 흔들렸지만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비난이 아닌 응원을 했다. 무한신뢰를 보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올라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신뢰에 보답했다.
이제 그의 우승에 남은 경기는 1경기. 아르헨티나가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1번 남았다.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그가 해낸 업적을 열거해보자면, 월드컵 최다 출장 공동 1위(25경기),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다골(11골), 아르헨티나 A매치 최다 출장(171경기), 아르헨티나 최다골(96골) 등이다.
이런 그가 월드컵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아르헨티나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영웅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