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은 지난 6일 일본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평가전에서 2-4로 패했다.
다소 충격적인 패배였다. 오릭스는 지난해 퍼시픽리그는 물론 일본시리즈 우승 타이틀까지 손에 넣은 강팀이다. 하지만 전날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는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진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1.5군'이라는 평가지만, 1군보다는 2군에 더 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는 물론 과정도 좋지 않았다. 대표팀은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던 최정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 김하성이 3루를 맡고, 오지환이 유격수로 출전하는 '플랜 B'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유격수 최고의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실책을 남발했다.
타선도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안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응집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해결사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9회초 공격에서 백업 선수들이 2점을 뽑아내며 떨어져 있던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오릭스 1.5군을 상대로 패배한 것도 쓰라렸지만, 일본 언론의 '도발'까지 겪었다. 지난 6일 경기가 종료된 후 한 일본 기자는 이강철 감독에게 '오릭스의 주력 멤버(1군)가 대거 빠졌는데, 패배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상황이 나왔다.
해당 질문이 통역된 후 김하성의 표정은 굳었고, 이정후는 '쓴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2군이든 간에 어떠한 팀을 만나도 투수 한 명이 잘 던지면, 이기는 것이 야구다. WBC 또한 단기전이기 때문에 마찬가지.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면 진다. 오늘 상대 투수가 좋았다"면서도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상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 선수를 알고 경기를 했다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떠한 뉘앙스였던 이강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가는 질문인 것은 분명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대표팀에게는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7일 마지막 평가전에서 한신 타이거즈 1군을 7-4로 무너뜨렸다.
수비 또한 군더더기가 없었다. 전날 3개의 실책으로 자멸했던 대표팀의 내야는 탄탄했다. 김하성과 에드먼의 메이저리그 키스톤콤비의 호흡과 수비는 물흐듯 자연스러웠다. 최정 또한 '핫코너'를 든든하게 지켜냈다. 이외의 포지션에서도 실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유일한 아쉬움은 마운드였다. 이날 구창모와 이의리, 정우영까지 세 명의 투수가 제구에 애를 먹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구창모는 ⅔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 정우영 또한 ⅔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과 흐름은 분명 좋았다. 특히 백업 야수들은 실전 경험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격의 패배를 당한 이후 달라진 한국 대표팀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1라운드 첫 번째 경기가 열리는 도쿄로 향하게 됐다.
[김혜성이 7일 오후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진행된 WBC 한국 대표팀과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 오사카(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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