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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일 소방사. /전북소방본부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성공일 소방사, 임용 10개월 만에 순직
30대 새내기 소방관이 불길에 휩싸인 주택 안에 갇힌 70대 남성을 구하려다 순직했다. 소방관이 된 지 10개월 만이다.
7일 전북소방본부를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33분쯤 김제시 금산면 한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났다. 70대 부부가 사는 집이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오후 9시8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화재 진압과 동시에 인명 수색에 들어가 작은방에서 70대 여성을 구조했다.
■ "아직 집에 할아버지가…" 불길 뛰어들어
집 밖으로 빠져나온 이 여성은 성공일(30) 소방사를 붙잡고 "아직 집 안에 할아버지(남편)가 있다"고 말했다. 성 소방사는 곧바로 불길에 휩싸인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목조 건축물이라 불이 집 전체로 번진 상황이었다. 사방에서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왔지만, 성 소방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장비 26대와 인력 90명을 동원해 오후 9시36분쯤 큰불을 잡았다. 그러나 성 소방사는 불탄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성 소방사는 거실, 집주인 남성(74)은 큰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 동료들 "인명 구조 현장서 늘 앞장" 애도
지난해 5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성 소방사는 김제소방서 금산 119안전센터에서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했다. 성 소방사 순직 소식에 동료들은 슬픔에 잠겼다. 김제소방서 관계자는 "평소 인명 구조 현장에서 늘 남보다 앞장서 활동하던 직원이었다"며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떠나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마음이 안타깝고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며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고인이 가시는 길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이 예우를 다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 4수 끝에 소방공무원 합격…생일 열흘 앞두고 참변
성 소방사 빈소는 전주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하루아침에 자식과 오빠를 잃은 유족은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성 소방사 어머니는 영정 앞에 주저앉아 아들 이름을 되뇌며 오열했다.
성 소방사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아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소방관이 꿈이었다"며 "4수 끝에 꿈을 이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도 소방방재학과를 졸업한 성 소방사는 세 차례 불합격 끝에 지난해 꿈에 그리던 소방공무원이 됐다.
성 소방사 아버지는 "어렵게 소방공무원에 합격하던 날 밝게 웃던 아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성 소방사는 오는 16일 생일을 열흘 앞두고 변을 당했다.
성 소방사 아버지는 "착실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들이었다"며 "소방관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이 우리 부부와 여동생에게 '생일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 죽음에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조사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소방당국, 위험직무순직 추진
소방당국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성 소방사의 위험직무순직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결식은 오는 9일 김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전라북도청장(葬)으로 엄수된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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