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 도대체 왜 믿었어?" 묻는 사회에 '나는 신이다'가 던진 화두 [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조성현 PD가 '나는 신이다' 연출 소회를 밝혔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선 넷플리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자 조성현 PD가 참석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신의 신부들' 정명석·'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박순자·'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김기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네 명의 사람,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비극을 냉철하고 면밀한 시선으로 살펴봤다. MBC 시사 프로 'PD수첩'을 연출했던 조성현 PD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2년에 걸쳐 만들었다.

이날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에 쏟아진 전 세계적인 관심에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예상 이상이라, 정신이 없다. 제가 정말 원했던 건 '나는 신이다'를 통해 많은 분이 이 사건, 이 사이비 종교들을 인지해서 사회적 화두를 던졌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사회적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PD 입장에서 이 다큐를 모든 분이 보는 게 중요하지만, 가장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들은 사이비 종교 내부 사람들이었다. 내부에서 한 분, 두 분이라도 봐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탈 JMS' 카페에 들어가 보니 '나는 신이다'를 보고 '탈퇴했다'라는 글들이 상당히 많더라. 내부자들이 동요하고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탈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게 핵심 목표였는데 실제로 벌어져서 개인적으로 너무 보람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신이다' 기획, 연출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현 PD는 "사실 이 같은 내용을 MBC 제작으로 만들 계획을 했었다. 그런데 내부적인 이유로 기획이 한 번 엎어졌다. 제 입장에선 너무 아까워서 넷플릭스에 다시 한번 제작 제안을 했고, 흔쾌히 받아들여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만들게 되었다"라면서 "저희 가족 중에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다. 제 바로 곁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렇다 보니까 '나는 신이다'는 제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제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언젠가 한 번은 꼭 다뤄야 할 숙제 같은 소재였다"라고 답했다.

'나는 신이다' 시즌제 계획을 묻는 말에 "사실 이전까지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집에 얘기를 안 했다. 아내가 알게 된 뒤, 아기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 하더라. 콘텐츠 공개 이후 가족들이 우려를 갖기 시작했고 크게 힘들어하고 있지만 한 번 시작한 이야기이고 계속해서 다루고 싶은 내용이 많다. 아직 구체화된 사항은 없지만 일단 지금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메시아가 정말 많은 나라다. 그분들이 다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제가 관심 있는 특정 종교가 있긴 하다. 말씀드리면 힘들 것 같아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드러내지 않고 진행해 보려 하고 있다"라며 "사이비 종교를 믿는 부모들의 자식들, 그 사람들도 피해가 정말 많다. 선택권 없이 사이비 종교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이번엔 다루지 못했지만 이러한 내용의 취재를 진행해 보려 한다. 관심 많이 가져달라"라고 얘기했다.

더불어 조성현 PD는 "'나는 신이다'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들어올 거 같다. 실제로 움직임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거다. 과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아가동산을 다뤘을 때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우려스러운 지점이 없지 않아 있다"라고 알리기도.

그는 "만에 하나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서, 힘듦에도 불구하고 꼭 '나는 신이다'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소중한 자식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똑똑히 보시고 나면 사이비 종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실 수 있을 거다. '1회를 보자마자 껐다'라는 반응이 많은데 3회까지 다 보시고 나면 그 앞에 있는 수많은 너무나 구체적인 역겨운 장면들을 왜 봐야 하는지, 보시면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견디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과 꼭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그 안에 담겨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성현 PD는 "사회 곳곳에 사이비 종교 신자가 많이 포진되어 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이를 잘못이라 할 수가 없기에, 여러 가지 양가적 감정이 든다. KBS에도 JMS 신도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MBC 안에도 있다고 저도 들었다. 왜 우리 프로의 정보가 마구마구 유출이 되나 했을 때, 저희 팀 내부 사람들도 의심하고 넷플릭스도 의심했었다(웃음). 그만큼 어디에든지 그런 사이비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들을 색출해야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분들은 종교를 자기가 선택했을 뿐,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본다. 그분들마저 잘못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우려스럽다. 잘못은 사이비 종교를 믿는 신도들이 아닌, 그런 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든 교주다. 그것을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성현 PD는 "용기 내준 출연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이분들이 가장 상처를 받은 순간이라고 말하는 게 '도대체 왜 믿었냐?'라는 질문을 들을 때다. '내가 미쳐서 그랬나 봐'밖에 답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나는 신이다' 인터뷰에 응해 자기가 얼마나 미쳤는지, 왜 미쳤는지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자신들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 이분들은 남들에게 내가 당한 피해를 말한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사람들이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존경받아야 마땅하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거다. 저는 정말 이분들을 존경하고 그 용기가 칭찬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 사진 =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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