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무조건 가야죠!"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리는 이대호는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이후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었던 5시즌을 제외한 17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이대호는 2001년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17시즌 동안 1971경기에 나서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 972득점 타율 0.309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2010년 타격 7관왕은 KBO리그 유일무이한 업적이며, 비공인 세계 신기록인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수많은 업적을 달성했지만, 이대호의 마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은 '우승'이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두 차례 일본시리즈 우승을 손에 거머쥐었지만, KBO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지난해 유니폼을 벗었다.
이대호가 떠난 뒤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던 롯데는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롯데는 지난 28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에서 역전패를 당하면서 연승 행진이 3에서 중단됐으나, 26승 16패 승률 0.619로 리그 3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번달 성적은 12승 8패로 '5월에는 약하다'는 이미지까지 완전히 씻어내는 중이다. 지금의 좋은 흐름을 끝까지 이어간다면, 2017년 이후 가을무대를 밟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일본 소프트뱅크 시절 285경기에 출전해 314안타 50홈런 166타점 타율 0.292 OPS 0.858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두 차례 우승을 이끌고, 특히 2015년 일본시리즈 5경기에 출전해 16타수 8안타 2홈런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인 최초 MVP 타이틀까지 손에 넣은 이대호는 구단 창단 85주년-PayPay돔 개장 30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세리머니얼 피치(시구)'에 나섰다.
이대호는 시구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소프트뱅크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도 '친정' 롯데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유니폼을 벗은 뒤 아직까지 '직관'은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롯데의 선전을 응원하고 있다.이대호는 "보는 입장에서 너무 잘하고 있어서 (사직구장에) 가지 못하고 있다. 가서 지면 안 된다. 직관했을 때는 이겨야 한다. 승리의 요정이 돼야 하는데, 잘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조용히 빠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항상 응원하고 있다. 어제(27일)도 이겼더라"고 말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계속해서 이대호는 "(한)동희나 (전)준우, (김)원중이와 항상 통화를 하면서 '잘하고 있다', '동희는 힘 내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잘하고 있을 때는 내가 가지 않는 것이 맞다. 너무 보기가 좋다. 더 잘했으면 좋겠고, 꼭 롯데가 올해는 우승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대호와 함께 후쿠오카에 방문한 아내 신혜정씨도 "매일 롯데와 소프트뱅크 경기 결과는 확인한다"고 증언에 나섰다. 이대호는 28일 '세리머니얼 피치'에 나서기 전에도 롯데의 선발 라인업을 체크하는 등 유니폼을 벗었지만, 롯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대호는 사직구장의 방문을 희망하면서도, 직관을 간 경기에 팀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쉽사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정규시즌에는 힘들더라도, 롯데가 가을무대를 밟는다면 사직구장 방문은 이루어질까. 이대호는 "무조건 가야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와 이대호가 모두 웃을 수 있는 경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
[은퇴식이 열렸던 당시의 이대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치바롯데 마린스전의 시구에 나선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사진 = 마이데일리 DB, 소프트뱅크 호크스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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