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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재동 박승환 기자] "은퇴 고민하던 선수를 지명할 거라곤…"
KBO는 2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2024 2차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2차 드래프트는 늘 그랬듯 각 구단 입장에서 '보안'이 필요한 만큼 '비공개'로 진행됐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됐던 2차 드래프트는 격년제로 시행돼 왔다. 하지만 몇몇 특정 구단만 극심한 피해를 입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KBO는 2차 드래프트를 대신해 퓨처스 FA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 2019년을 끝으로 이를 폐지했다. 하지만 퓨처스 FA 제도를 도입해본 결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KBO는 올해부터 다시 2차 드래프트를 부활시켰다.
2차 드래프트는 각 구단별로 정규시즌 종료일을 기준으로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소속 선수, 육성 선수, 군보류 선수, 육성 군보류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프로 입단 1~3년차와 올해 FA(해외 복귀 FA 포함), 외국인 선수는 대상에서 제외돼 보호 선수로 묶이게 된다. 지명 순번은 올 시즌 순위의 역순인 키움 히어로즈가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했고,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SSG 랜더스-KT 위즈-LG 트윈스 순으로 지명을 진행했다.
1라운드는 4억원, 2라운드는 3억원, 3라운드는 2억원, 4라운드 이하부터는 1억원의 '양도금'이 발생한다. 특히 1라운드로 영입한 선수는 의무적으로 2024-2025시즌 50일 이상 1군 엔트리에 등록이 필요하고, 2라운드는 30일, 3라운드 이하부터는 의무 등록 규정은 없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두 번째 시즌이 종료된 후 원 소속 구단으로 복귀하거나 FA 자격을 얻게 된다. 그리고 원 소속구단으로 돌아갈 경우, 양도금 50%를 반환해야 한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는 이름값이 있는 굵직한 자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샐러리캡' 때문이었다. KBO는 각 구단별로 전력을 평준화하기 위해, 팀 연봉 상한제인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각 구단들은 고액 연봉자를 보유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번 2차 드래프트에는 '즉시전력감'의 많은 선수들이 등장,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름값을 가진 선수들이 소속팀을 옮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지난 2021시즌에 앞서 SSG 랜더스가 '외부 FA'를 통해 영입했던 최주환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던 것. 최주환이 2차 드래프트에 등장하면서, 올해 전체 1순위의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키움 히어로즈가 큰 고민 없이 최주환을 지명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SSG의 '간판'이라고 볼 수 있는 '짐승' 김강민이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한화 이글스의 선택을 받았은 점이었다.
김강민은 지난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김강민은 데뷔 첫해부터 구단 명칭이 SSG 랜더스로 바뀔 때까지 단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고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특히 '41세'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짐승'이라는 별명이 항상 뒤따르고 있고, 올 시즌까지 SK-SSG에서 1919경기에 출전해 1470안타 138홈런 674타점 805득점 타율 0.274 OPS 0.750을 기록 중이다.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만큼 김성용 SSG 단장은 김강민이 다른 구단의 지명을 받을 것이라곤 전여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2차 드래프트가 끝난 뒤 김성용 단장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성용 단장은 취채진과 인터뷰에서 "은퇴를 고민하던 선수를 지명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최주환과 즉시전력감 투수를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상황에서 김강민을 35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을 수는 없었다. 김강민의 거취에 대해서는 논의를 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SSG의 허를 찌른 한화는 김강민을 왜 지명하게 됐을까. 한화 관계자는 "김강민은 외야 뎁스 강화 및 대수비, 대타 자원의 기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공감을 나누면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지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플레이어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풍부한 노하우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베테랑' 김강민을 지명하게 됐던 것이다.
2차 드래프트의 결과는 나왔고, 김강민이 팀을 옮기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제는 '베테랑'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내년이면 '42세'가 되는 김강민은 이적을 희망하지 않을 경우 현역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김강민이 은퇴를 결정하게 될 경우, 한화는 SSG에 '양도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과연 김강민이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양재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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