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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마침내 이정후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그동안 뜨거운 관심을 보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미국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13일(이하 한국시각)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헤이먼에 따르면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원)의 초대형 계약으로 헤이먼을 비롯한 미국 'ESPN'의 제프 파산 등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이정후는 4시즌을 뛴 후 남은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해 볼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이 돼 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빅리그 입성이라는 목표를 안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이정후는 '장타력'을 보완하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가져가는 등 여러 숙제를 안고 2024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치르는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이정후는 타격폼에 변화를 준 여파로 인해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4월 한 달 동안의 성적은 19안타 3홈런 타율 0.218에 불과했다. 데뷔 시즌부터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 재능이 남달랐던 이정후에게도 낯선 부진이었다.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자, 이정후는 장타에 대한 숙제는 잠시 뒤로 미루고 기존의 타격폼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가져갔다. 이 결단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이정후는 5월(타율 0.305)부터 조금씩 성적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6월에는 타율 0.374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어느새 시즌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였다. 이정후는 7월(타율 0.435) 더욱 뜨겁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중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지난 7월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을 치르던 중 발목에 이상을 느낀 것이다.
평소 이정후라면 통증을 참고 경기를 치러나갔을 테지만,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정후는 더그아웃에 신호를 보냈다. 당시 부상을 당할 만한 특별한 장면이 없었기 때문에 이정후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좋지 않은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검진 결과 왼쪽 신전지대 손상 진단을 받았고,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당초 이정후는 '시즌아웃'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해 정규시즌 일정이 길어졌고, 착실한 재활을 통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몸상태까지 끌어올린 이정후는 지난 10월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모습을 드러내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팬들 앞에서 고별전을 치르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부상으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최대어'로 불릴만한 선수들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에 그칠 정도로 시장이 '흉년'이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절반의 구단들이 이정후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고 밝혔고,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20개 구단이 이정후를 쫓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이정후의 영입전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팀은 4팀이었다. 바로 이정후가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현지 언론들을 통해 '연결고리'가 형성됐던 뉴욕 양키스, 그리고 이정후가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어썸킴' 김하성의 성공을 직접 경험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억만장자 구단주' 스티브 코헨의 자금력을 보유한 뉴욕 메츠였다.
FA 시장이 개장한 초반 분위기로는 양키스행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쟁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에 '대형 트레이드'가 단행되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외야수 보강이 시급했던 양키스와 후안 소토를 비롯해 트렌트 그리샴을 처분하기를 희망했던 샌디에이고가 5대2의 트레이드를 진행한 까닭. 양키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의 '숙제'였던 좌타자 외야수를 보강하면서, 이정후의 영입전에 변화가 생겼다.
양키스가 이정후의 영입전에서 발을 빼게 된 반면, 샌디에이고가 유력 행선지로 급부상했다. 샌디에이고는 팀 페이롤에 유연함을 갖기 위해 트레이드를 희망했는데, 양키스와 트레이드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 메츠까지 3개 구단이 이정후의 영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림이 형성됐다. 하지만 최종 승리자는 샌프란시스코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부터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최대어'로 불리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의 영입전에 참전했는데, 결국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특히 코레아의 경우 계약에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계약이 불발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특급'으로 불리던 오타니의 영입전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제안한 10년 7억 달러(약 9191억원)를 뛰어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또다시 '타켓'을 눈앞에서 놓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네 번째 실패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1억 1300만 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이정후에게 제안한 끝에 최종적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은 현지 언론의 전망을 모두 뛰어 넘는 규모의 계약이다. 이정후의 계약과 가장 근접했던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 'CBS 스포츠'. 매체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옵트아웃이 포함된 6년 9000만 달러(약 1181억원)의 계약을 품에 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외의 언론들은 5000만 달러(약 656억원) 수준의 계약을 전망했는데, 이정후는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게 됐다.
그리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당시 4+1년 3900만 달러(약 512억원)의 김하성, 6년 3600만 달러(약 472억원)의 류현진을 모두 제치며, 포스팅과 FA를 통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몸값을 기록하게 된 것은 물론,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요시다 마사타카도 뛰어넘으며 아시아 야수 최고 몸값을 작성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만 놓고 보면 다나카 마사히로(現 라쿠텐 골든이글스, 1억 5500만 달러) 이후 역대 2위. 그야말로 '잭팟 계약'이 아닐 수 없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이 확정되면서 현지 언론들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ESPN'의 제프 파산은 "이정후의 6년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 4시즌 후 옵트아웃은 엄청난 계약"이라며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저저와 오타니 등을 놓친 후 최고의 FA 선수가 됐다"고 주목했다. 이어 'MLB.com'의 사라 랭스는 "이정후와 그의 아버지(이종범)은 모두 WBC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정말 멋졌다"고 했고, 'MLB 네트워크'의 존 모로시는 "'바람의 손자'는 전세계 스포츠에서 위대한 별명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이제 이정후의 행선지는 정해졌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가 왜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불렸는지를 증명할 시간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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